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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에너지가 테러 목표로…글로벌 경제 새 악재

#1 2013년 1월 16일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동남부 인아메나스의 천연가스 공장. 에너지 메이저인 영국 BP사와 노르웨이 스타토일, 알제리 국영 석유가스회사가 공동 운영하는 시설이다. 미리 인부로 잠입한 테러범이 몰래 문을 열어주면서 무장 테러범 15명이 시설에 난입했다. 이들은 130여 명의 직원 중 외국인을 찾아내 일본인은 사살하고 서구인 목에는 폭탄을 설치한 뒤 인질로 삼았다. 인질극을 지휘한 무장세력 지도자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미리 녹화해 둔 영상에서 “알카에다의 이름으로 인질극을 벌였다”며 “프랑스는 말리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다음날 테러범들이 인질을 차량에 태워 옮기려는 순간 알제리군이 급습했다. 영국·일본·프랑스·미국·필리핀 등 외국인이 대부분인 48명의 인질이 목숨을 잃었다.

알카에다 3.0 시대 지구촌 비상

하지만 이 사건은 한국에선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가스전, 이슬람, 테러, 인질극, 구출작전 등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 영화에나 나옴 직한 요소만 눈에 띄었을 뿐이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 이번 사건이 테러와 에너지·자원의 연관성을 새롭게 보여줬다며 묵직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FT는 톰슨 로이터 데이터 스톰의 자료를 인용해 2006년 이후 알제리·사우디아라비아·나이지리아 등에서 에너지·자원 관련 시설이나 직원에 대한 테러 공격이 벌어질 때마다 유가가 요동쳤음을 지적했다. 이번 알제리 인질 사태도 마찬가지다. 머나먼 사하라 사막에서 벌어진 사건이 우리 생활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테러 세력은 전 세계 오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자원 개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테러 세력엔 태동기에 이어 선진국 주요 시설 테러와 9·11테러에 이어 새롭게 시작된 부흥기, 즉 알카에다 3.0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다. 서방은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대테러 활동 3.0 시대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대테러 활동이 서방 세계를 지키기 위한 국가안보와 국익 보호 차원의 활동이라면 대테러 3.0은 지구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에너지·자원개발 현장을 경비하는 경제이익 수호 활동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오게 된 근원과 앞으로의 전망을 차례로 살펴보자.

#2 2011년 10월 20일 리비아 중북부 지중해 연안도시 시르테.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고향인 이 도시에서 주민들에게 체포돼 끌려가다가 총을 맞고 살해됐다. 그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은 아들 무타심과 몇몇 충복뿐이었다. 가장 믿었던 투아레그족 용병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해 봄 ‘아랍의 봄’ 영향으로 리비아에서 시민혁명이 발생하자 카다피는 투아레그족 용병을 동원했다. 투아레그족은 리비아 남쪽 사하라 사막의 남단 말리를 중심으로 알제리·니제르 등에 사는 유목민이다. 이들은 무자비하게 리비아 민간인들을 학살해 ‘검은 악마’로 불렸다. 카다피는 투아레그족을 포함해 말리·니제르·차드 등 주변국에서 계약금 1만 달러에 일당 1000달러까지 줘가며 검은 용병을 불러들였다. 2011년 10월 16일 말리 동북부 키달. 일자리를 잃은 리비아 용병 출신의 투아레그족 병사 1진 400여 명이 78대의 차량에 견착식 미사일과 기관총·박격포 등 무기를 잔뜩 싣고 알제리를 거쳐 키달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유엔 서아프리카 특사인 사이드 디진니트는 “실전 경험을 갖춘 투아레그 전사들이 귀국하면서 분리독립운동이 재개돼 그들의 본거지인 말리 북부의 불안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마그레브(북아프리카) 알카에다와 마약 밀매꾼들이 용병의 무기와 전투력을 사려고 달려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행히도 그의 말은 사실이 됐다.

#3 2012년 1월 말리 동북부 키달. 투아레그족은 귀국 용병을 주축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정부군이 출동했지만 같은 해 3월 보급 불만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마두 투마니 투레 대통령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 지역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와 반정부 이슬람 운동 ‘안사르 디네’를 비롯한 알제리·리비아 등지의 이슬람 세력이 투아레그족과 손잡았다. 이들은 중세 말리 제국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탐북투를 비롯한 말리 북부를 차지하고 급진 이슬람식 통치를 했다. 절도범의 손발을 자르고 동거 남녀를 돌로 공개 처형했으며 비이슬람적이라며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그러다 올해 초 말리 중앙정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4 2013년 1월 11일 말리 수도 바마코. 디온쿤다 트라오레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투아레그족과 이슬람 세력이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파리에선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말리 파병을 발표했다. 서방과 아프리카 몇몇 국가도 병력을 보냈다. 말리 사태는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파병은 말리와 이웃 니제르가 프랑스 원자력 에너지의 젖줄인 우라늄의 주요 생산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16일의 알제리의 인질사태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알제리 인질사태도 마무리됐고 프랑스군과 말리군이 지난달 30일 이슬람 세력의 최후 거점인 키달을 탈환하면서 말리도 안정을 찾았다. 알카에다 세력은 사막 저편으로 떠났고 투아레그족은 중앙 정부와 대화할 태세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에서 국경이란 건 의미가 없다. 말리와 알제리, 알제리와 리비아는 사하라 사막을 통해 얼마든지 오갈 수 있다. 테러세력이 은신하면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2013년 1월 아프리카의 알제리·말리에서 벌어진 사건이 언제라도 재연돼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프리 색스 “군사적 방안보다 개발이 해결책”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인질극을 계기로 전 세계 에너지·자원 개발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28일 이번 인질 참사로 전 세계 주요 에너지 업체들이 아프리카·중동의 유전 보호 대책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 메이저의 하나인 로열더치셸의 피터 보저 최고경영자(CEO)는 다보스포럼에서 "새로운 보안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FT는 인질사태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0일 알제리 인질 참사를 계기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비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생산시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이들 시설에 대한 안전·보안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에너지·자원 관련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게 돼 투자 대비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WSJ도 경비 강화에 추가로 들어갈 돈이 많아지면 원유 생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주요 에너지 업체들은 납치나 폭탄 테러 등 소규모 파괴행위의 목표물이 돼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에너지 시설 전체가 점령당하고 직원 대부분이 인질로 잡혀 상당수 희생되는 참사는 없었다. 새로운 차원의 안전대책 필요성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자원 확보 현장에서 알카에다 3.0에 걸맞은 보안 3.0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에너지·자원 관련 시설의 보안과 경비를 맡은 민간 군사기업이나 사설 경비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83억 달러였던 보안 시장은 2021년엔 31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자원이 무진장 묻혀 있는 알제리·리비아·말리 등 북아프리카 지역이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테러집단의 새로운 활동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두통거리다. 이 지역은 그동안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꼽혀 왔다. 아울러 페르시아만 연안 등지의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반면, 이 지역은 매장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사막 한복판이어서 개발·운반 비용이 문제됐으나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게 돼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BP를 비롯한 석유 메이저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알제리 인질사태와 말리 내전으로 기업 안전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효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에너지·자원의 탐사 및 시추가 위축돼 장기적인 공급 능력을 위협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벌써 BP는 알제리 공격 사태 이후 올해 하반기 리비아에서 시작하려던 원유·가스전 탐사시추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응책은 무엇일까. 아프리카 개발원조사업 전문가인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초 한 칼럼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말리 등 건조지역에서 계속 일해온 개발 전문가로서 나는 이 지역 국민이 계속 굶주리고 미래 희망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글로벌 안보를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선 어떠한 군사적 해결방안도 이 넓은 지역을 안정시킬 수 없다. 지속 가능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은 지속 가능한 개발이다.”

한국도 이젠 글로벌 대테러 전쟁과 아프리카 개발원조 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할 상황이 됐다. 2013년 1월 알제리와 말리에서 벌어진 사건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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