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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섣달 그믐이 가까운 하늘 위/ 날아다니는 한 쌍의 봉황/ 애처로운 노래를 부르며 날아갔다가/ 향나무 가지를 물고 날아온다/ 단혈산(丹穴山) 위로 날아온다.

鳳凰涅槃<봉황열반>

산 오른쪽에는 말라 죽은 오동나무/ 산 왼쪽에는 말라버린 예천(醴川)/ 산 앞쪽은 넓디넓은 망망대해/ 산 뒤쪽은 어둑어둑한 평원/ 산 위에는 살을 에는 찬바람 부는 얼음 하늘….”

중국의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문학가이며 정치가였던 궈모뤄(郭末若1892~1978)는 1921년 첫시집 『여신(女神)』을 펴냈다. 위 작품은 『여신』에 실린 ‘봉황열반(鳳凰涅槃)’의 도입부다. 시인은 물고 온 향나무 가지에 자신을 불살라 다시 태어나는 봉황처럼 암담한 중국의 재생을 노래했다.

“봉황열반은 기존 산업과 기업이 장사단완(壯士斷腕·뱀에게 물린 팔을 잘라 몸을 보전하다)의 용기로 자주창신(自主創新·독립적인 기술창조)의 능력을 제고해 욕화중생(浴火重生·불 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다)·환골탈태(換骨奪胎)를 실현한다는 의미다. 등롱환조(騰籠換鳥·새장을 비워 새를 바꾸다)는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적게 먹지만 알은 많이 낳고 높이 나는 ‘준조(俊鳥)’와 같은 기업을 키우고 불러들이는 전략이다.”

2006년 3월 20일자 중국 ‘절강일보’의 ‘지강신어(之江新語)’ 코너에 실린 ‘두 마리 새로 본 구조조정’이란 제목의 칼럼 요지다. 이 글은 노후산업의 구조조정 전략을 ‘봉황열반’과 ‘등롱환조’라는 새 두 마리에 비유했다. 필자 ‘철흔(哲欣)’은 당시 저장(浙江)성 서기로 근무하던 시진핑(習近平) 현 중국공산당 총서기다. 그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저장성 내 기업들의 변신을 다그쳤다.

구조조정이 매섭기로는 한국도 악명이 높다. 한계에 몰린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미 구문이다. 1년 전 아들 돌잔치에서 ‘불혹(不惑)의 부록(附錄)’이라며 늦둥이를 자랑하던 고교 동창이 최근 다니던 건설회사의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 애꿎은 소주잔을 기울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궈모뤄와 시진핑의 해법은 ‘봉황열반’이었다. 불사조 정신은 대한민국의 트레이드 마크다. 비록 지난 16대 대통령 취임식부터 신문고와 태평고 엠블럼이 봉황을 대신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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