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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만 다운로드…안드로이드 무료 앱 1위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벤처밸리 내 사무실에서 만난 신철호 의장. OGQ가 개발 중인 배경화면용 앱 버전3 ‘더 갤러리’ 작업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조용철 기자
그는 한때 인터넷 스타였다. 그를 스타로 만든 건 사이버 정치인 증권시장인 ‘포스닥’이었다. 1999년 선보인 포스닥은 사이버 증시에 상장된 정치인이 잘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잘못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방식으로 운영된 사이트였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끌면서 90년대 말~2000년대 초 국내 언론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NHK·BBC 등 해외 언론에도 많이 소개됐다. 투자 제안서가 밀려들었다. ‘얼마 안 되지만 내 투자를 받아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당시 제안받았던 투자액을 총 150억원 정도로 기억한다. 하지만 “더 큰 투자가 들어올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대부분 거절했다. 그러는 동안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직원 횡령 사건으로 회사 경영은 어려워졌다. 지금 포스닥이란 회사는 이름조차 사라졌다. 사진공유서비스업체 OGQ의 신철호(41) 이사회 의장 이야기다.

파워 차세대 <18> '배경화면' 앱으로 세계 시장 노리는 신철호씨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의료IT 서비스 업체 ‘하루에리’도 이끌고 있다. OGQ는 그가 KAIST에서 공부할 때 만난 김무궁(31) 현 대표 등과 함께 2년 전에 설립했다. OGQ는 오픈 글로벌 퀘스천(Open Global Question)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공개, 글로벌, 질문을 통한 세상탐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이사회 의장이고 CEO라지만 그의 회사는 작다. 두 회사를 합쳐 연 매출은 6억5000만원밖에 안 된다. 구멍가게 수준이다. 분당 판교벤처밸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신 의장은 “직원 월급 주고 한 해 1억원가량의 이익은 남긴다”며 “매출보다 중요한 건 이익과 비전”이라고 말했다. 수익모델이 아직 빈약한 만큼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큰 과제다. 그와 직원들은 위아래가 아니라 동지적 관계다. 사무실엔 그의 책상이 따로 없다. 빈 자리에 컴퓨터를 놓고 일하면 그곳이 자리다. 사무실 분위기는 대학 동아리방 같다. 자유 복장에 출퇴근 체크도 없다. 알아서 한다.

영어일어중국어 등 7개 언어로 서비스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신철호 이사회 의장(뒷줄 왼쪽 둘째). 왼쪽 이미지는 2011년 가을 ‘백그라운드’가 안드로이드 무료 앱 분야 1위를 차지할 당시의 화면을 캡처한 것.
OGQ는 작지만 나름 잘나간다. 세계적인 이미지 제공업체로 크겠다는 야심 찬 구상도 있다. 2011년 5월 내놓은 배경화면 설치용 앱 ‘백그라운드(backgrounds)’는 버전1, 버전2를 합쳐 지금까지 다운로드 횟수가 1700만 번에 달한다. 버전1은 2011년 9~10월 구글 안드로이드 무료 앱 분야에서 세계 1위를 20일 가까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구글이 선정한 베스트 앱에 올랐다. 화질을 높인 버전2도 지난해 5월 출시 이래 지금까지 다운로드 횟수가 700만 번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앱을 기획ㆍ개발하지만 돈 버는 데만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는 앱을 크게 둘로 나눠 부른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빨간색 앱’,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파란색 앱’이다. 빨간색 앱의 대표는 ‘배경화면’이고, 파란색 앱의 대표는 ‘테드 에어(TED Air)’다.

OGQ를 설립하면서 신 의장과 김 대표는 “세계 1위 앱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첫 번째 아이템으로 배경화면에 주목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꾸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걱정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사진이나 그림을 활용할 수 없을까 하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배경화면 원자료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같이 저작권이 소멸된 명화, 국내외 작가로부터 사용을 허락받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대략 12만 장쯤 된다. 개인들이 저작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각종 사진ㆍ그림까지 포함하면 수천만 장 이상으로 늘어난다. 배경화면은 계절·날씨 등을 고려해 색 보정, 제목 달기를 거쳐 제공된다. 사진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놓고 친구와 배경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메뉴도 갖췄다.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별도로 저장할 수도 있다.

이런 덕에 수천 개의 다른 배경화면 앱을 제치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은 배경화면 앱에 붙는 광고에서 나온다. 22일 찾은 사무실의 유리벽에는 베트남 49, 체코 48, 덴마크 18 같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어떤 의미냐”고 묻자 “우리 배경화면 앱이 20위권 밖에 있는 나라들”이라며 “러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안드로이드 체제 스마트폰이 보급된 세계 50여 개국에서 대부분 20위 이내다. 지금은 베트남에서 49위, 체코에서 48위지만 조만간 20위권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화면 앱은 영어·일어·중국어 등 7개 언어로 서비스한다.

파란색 앱의 대표인 ‘테드 에어’는 세상에 잘 알려진 공개강연을 수집해 제공한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세계적 명사들이 참여하는 기술ㆍ엔터테인먼트ㆍ디자인 관련 강연회다.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강연 등이 제공된다. 지금까지 약 100만 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를 이용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하루에리는 신 의장이 2010년 설립한 의료 IT서비스 회사다. 시술 전후 사진 비교, 치료비 할인정보, 임상정보 등을 제공한다. 치과를 중심으로 서너 곳의 병원 경영도 대행한다. 1년에 6~7회 ‘디지털 병원 경영 아카데미’를 연다.

그는 광주 살레지오고를 졸업하고 1993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한국통신(현 KT)에 다니던 아버지와 PC통신에 관심이 많았던 형 덕분에 그는 일찍 컴퓨터와 인터넷에 눈을 떴다. 중학교 때는 PC통신에다 ‘정권 바뀔 때마다 왜 교과서 내용이 바뀌어야 하나’라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가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

안철수 교수와 사제지간안 캠프 활동도
그를 세상에 알린 포스닥은 어린 시절 지켜본 부모의 주식투자와 대학 시절 수업에서 출발했다. 대학 때 ‘시민사회와 정치’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인터넷과 정치의 연결을 고민했고, 이게 결국 사업으로 이어졌다. 공부보다 사업이 좋아 휴학을 거듭했다. 결국 3학년 1학기에 제적당했다. 학교는 그만뒀지만 포스닥은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서울시 포털시스템, 산업자원부ㆍ해양수산부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한 해 86억원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직원이 수십 억원을 횡령하고 인터넷 사업 전반이 위기를 맞으며 2000년대 중반 사세는 기울었다. 급여ㆍ퇴직금을 제대로 못 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그는 빈털터리가 됐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재기의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그는 2000년대 중반 IPTV 관련 사업을 하던 후배의 일을 도와주면서 지분을 조금 받았는데, 그 회사가 200여억원에 팔리면서 수십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돈으로 빚을 갚고 새 사업을 구상했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2009년에는 KAIST 기술경영학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대학원에 들어갈 때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당시 KAIST 안철수 교수의 수업을 모두 듣는 것,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창업 동지를 찾는 거였다. 그는 KAIST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전에는 ‘학교에서 실제로 뭘 배울 게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KAIST 에서 바뀌었지요. 수업시간마다 교수님 강의를 모두 꼼꼼히 적었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과거 했던 일, 지금 하는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연결시키다 보니 수업이 너무 중요했죠. 안 교수님께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가는 것보다 어느 정도 사회경험을 한 다음에 대학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당시 안철수 교수는 그와 동료들이 함께 번역한 『승려와 수수께끼』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의 추천사도 써주었다. 그는 당시 ‘언젠가 안 교수님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난해 안 후보 캠프에서 ‘IT혁신팀장 겸 소셜미디어 대변인’으로 일했다. 물론 안 교수가 대선 후보 직을 사퇴한 후에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익을 내는 사업을 하나 할 때마다 사회적 이윤을 높이는 비영리 사업을 하나씩 하려고 한다. 대학 은사인 연세대 이신행(71) 명예교수를 도와 네 곳의 대안학교(풀뿌리학교) 설립을 지원한 것도 그 일환이다. 병원 강연 등에서 나오는 수입은 풀뿌리학교와 희망제작소의 창업교육에 기부한다.

“예전 포스닥 시절에도 주변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나중에 더 회사가 크면 하자’고 했지요. 그런데 나중이란 없더라고요. 많든 적든 지금 해야죠.” 이신행 교수는 “신 대표는 시대 흐름을 포착하는 감수성이 뛰어나다. 감수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현실에 접목하는 기량도 있다”고 평가
했다.
신 의장은 지금 배경화면 버전3인 ‘더 갤러리(The Gallery)’를 준비 중이다. 좋아하는 사진을 모아 자신의 갤러리처럼 꾸미는 컨셉트다. 하루에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병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을 확장하겠지만 매출이나 직원이 많은 회사를 지향하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회사 경영을 잘못해 파트너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쳤었죠. 외형보다는 사회적 이윤(social profit)이 높은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회사가 결국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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