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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된 '3억원 산삼' 크기, 생각보다는…흠





부르는 게 값 … 산삼의 오해와 진실















“이게 3억원 정도 됩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 산삼감정협회 사무실. 김기환 회장이 산삼이 든 스티로폼 박스를 열었다. 약초향 같지만 인삼에서 나는 싸한 향보다 향긋했다. 좋은 산삼은 쓴맛보다 단맛이 더 강하다고 한다. 황금빛이 나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몸통 아래 잔뿌리들이 풍성하게 비어져 나왔다. 몸통 위로는 ‘노두’라 불리는 뿌리가 3~4㎝ 뻗어 있다. 노두 가운데쯤 한 가닥 두툼한 뿌리가 보인다. 커진 노두를 지탱하기 위해 산삼이 내린 ‘턱수’다. 오랜 삼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체 형태는 사람 인(人) 자를 이뤘다. 몸통은 작았지만 안정된 비율이 위풍당당했다. 이 산삼은 120년산이다. 지난해 11월 소백산에서 전문 심마니가 채취했다. 물끄러미 산삼을 쳐다보던 김 회장이 이내 말을 잇는다. “생각보단 작죠?”



 전문 심마니라도 이 정도의 삼은 생애 한 번 발견하기 쉽지 않다. 100년 이상 된 산삼은 1~2년에 한두 뿌리 정도 나온다. 100년산 이상이면 우리나라 순수종이다. 소위 ‘천종’ 산삼이다. 그냥 인삼 씨는 산에 뿌려도 100년을 자랄 수 없다. 중간에 죽어 버린다. 심마니들 사이에선 간혹 속이 텅 빈 삼이 발견된다. 인삼 씨가 산에서 오래 자라다 속이 텅 비어버린 경우다. “인삼이 100년 정도 자라면 사람 팔뚝만 해질 겁니다.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크기에 구애받는 경우가 많아요.” 뒤에 보여준 50년산은 120년산보다 크기가 더 컸다. 120년 된 산삼은 지난달 29일 공개 경매에 부치려다 25일 재일동포 출신 사업가에게 팔렸다.



 오랜 산삼은 군집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처음 싹을 틔운 모(母)삼 주위로 자(子)삼이 자라 ‘가족삼’이라 부른다. 이번에 팔린 산삼은 모삼 곁에 10뿌리의 자삼이 있어 총 11뿌리였다. 한 뿌리에 3000만원 하는 귀한 몸이다. 사진은 팔리기 전 찍었다.



크기와 돈에 속는다



 산삼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화. 불과 3~4년 전 일이다. 한 전문 심마니가 산삼을 팔러 고객을 찾았다. “3억5000만원쯤 되는 삼이 있다”고 하자 고객은 시큰둥해하더니 대뜸 “내가 전에 먹었던 것보다 싸다. 더 좋은 삼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심마니는 다른 삼도 있다며 처음 부른 가격의 세 배를 불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번 던진 값이었다. 한데 고객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럼 갖고 와 보시오.” 결국 삼은 심마니가 부른 가격에서 2억원 적게 팔렸다.



 협회에 따르면 15~20년산 정도 되면 500만원을 호가한다. 100년산 이상 되면 최상급이다. 2억~4억원 정도에 거래가 된다. 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거품이 들어간다. 가격을 높게 불러야 오히려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싼 가격을 부르면 일단 믿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나 미주삼 등을 가져와 산에 묻었다 1~2년 키운 삼이 고가의 삼으로 둔갑하는 어이없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좋은 삼을 두고 ‘두꺼비나 거북이 등짝처럼 생겼다’거나 ‘봉황이 나는 모양이다’ ‘사람이 다리를 꼰 모양이다’ 등의 표현을 한다. 하지만 좋은 모양이라고 좋은 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산삼 자체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감정 기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크기와 돈으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고 순수한 야생 상태로 자란 천종 산삼은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삼 감정을 위해 협회에 1년에만 1만~1만5000건의 요청이 들어온다. 이 중 순수종 산삼이라고 할 수 있는 건 1000~2000뿌리 정도다.



 초대 산삼학회장을 지낸 이동섭 한국임업진흥원장은 “국내 야생 산삼 중엔 심마니나 일부 등산객이 산속 깊숙이 씨앗을 뿌려뒀다가 세월이 흐른 뒤 캐내는 경우가 많다”며 “인삼밭 주변에 살던 동물의 배설물에 인삼 씨앗이 뿌리를 내려 야생 상태에서 자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5~6세기 중국에서도 인삼 효능 인정



“곽사한은 현풍(현재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사람이니 망우당(곽재우의 호)의 후손이라. 일찍이 신통한 재주를 지닌 이인(異人)을 만나 술법을 전수받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중략)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병이 중했는데 의원이 ‘만일 산삼을 얻어 쓰면 즉시 나으리라’고 했다. 사촌동생이 찾아와 간청하기를 ‘부친의 병이 위중한데 산삼을 얻을 길이 없사오니 형의 재주는 동생이 본래 아는 바이라. 어찌 두어 뿌리를 구하여 치료케 하지 않으시나이까’라고 말했다. 곽사한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하길 ‘매우 어려운 일이나 병환이 중하다니 극력 주선하리라’고 했다. 둘이 더불어 산기슭에 올라 어느 소나무 그늘 아래 이르러 평평한 들판이 있으니 곧 삼밭이었다. 그중 가장 큰 것으로 세 뿌리를 캐어 약으로 쓰게 하고 경계하여 말하길 ‘이 일을 누설치 말고 또다시 캘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사촌동생이 급히 돌아와 삼을 달여 약으로 쓰니 즉시 효험이 있었다.”



 조선 후기 민간 설화를 엮은 『청구야담』에서 ‘초신장곽생시술(곽생이 귀신 장수를 데려와 술법을 부리다)’이란 제목으로 전하는 이야기의 일부다. 예부터 산삼이 만병통치의 효능에 구하긴 어려운 ‘신비의 영약’으로 불렸음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사촌동생이 혼자 몰래 산삼밭을 찾아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온다는 내용이 있다. 산삼이 자라는 곳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속세가 아니라 신선의 세계라는 옛사람들의 의식이 반영돼 있다.



 한국 역사책에서 인삼이 처음 등장한 때는 고구려 장수왕 23년(서기 435년)이다. 중국 북방의 유목민족인 선비족이 세운 북위와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산삼을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 양나라의 학자 도홍경(452~536년)은 『명의별록』에서 “인삼은 백제의 것을 중히 여기는데 형체가 가늘고 단단하며 희다. 다음으로 고려(고구려)의 것을 쓰는데 형체가 크고 허해 백제의 인삼만 못하다”고 적었다. 5~6세기 중국 의학계에도 한반도의 인삼이 귀한 약재로 알려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삼을 연구한 서양학자들도 초기에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는 인삼을 그리스어로 만병통치약이란 의미의 ‘파낙스(Panax)’로 불렀다. 이후 인삼의 국제학명은 러시아 학자에 의해 ‘파낙스 진셍’으로 등록됐다.



산양삼 재배, 정부가 전략 육성



 산양삼(山養蔘)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 산양삼은 글자 그대로 산에서 키우는 인삼이다. 밭에서 재배하는 인삼과 달리 인공적인 시설이나 농약·비료 등을 쓰지 않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 키운다. 사람이 직접 인삼의 씨앗을 뿌리거나 어린 싹을 옮겨 심는다는 점에서 야생 산삼과는 구별된다. 최근엔 정부가 산양삼을 전략적으로 관리·육성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임산물인 산양삼은 임업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양삼의 유통·품질 관리 업무는 법률에 의해 산림청 산하기관인 임업진흥원이 담당한다.



 20여 년간 산양삼을 연구해 온 이동섭 원장은 “밭에서 재배하는 인삼은 6년근을 최상품으로 치지만 산양삼은 보통 7년근부터 출하가 이뤄져 생육 기간이 긴 편”이라며 “일부 재배 인삼에서 발견되는 잔류 농약 걱정이 없는 것도 산양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7년산 산양삼 한 뿌리는 보통 4만~5만원에 팔린다. 지역별로 어디서 생산된 산양삼이냐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있고 가격도 달라진다 . 그는 “산양삼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으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며 “지난해 8월 홍콩 업체와 산양삼 수출 양해각서도 맺었다”고 소개했다.



 사기 대책도 세웠다. 일부 산양삼 제품에서 농약이 과다 검출되거나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재배 연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어린 인삼을 ‘새싹 산양삼’이라고 속여 점조직으로 방문 판매한 5개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권수덕 임업진흥원 특별관리임산물본부장은 “산양삼을 찾는 소비자들은 먼저 진흥원이 발행한 품질검사 합격증을 확인한 뒤 제품을 구입할 것”을 당부했다. 합격증에는 산양삼의 생산자와 유효기간도 표시돼 있다. 진흥원은 불법·불량 산양삼의 유통을 막기 위해 산양삼 뿌리마다 고유번호가 있는 전자태그를 붙일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00여 농가에서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산양삼 생산량은 20t에 생산액은 26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임업진흥원이 마련한 특별 전시회에선 산양삼술과 농축액 등 산양삼을 이용한 47종의 가공식품도 선보였다. 권수덕 본부장은 “산양삼 품질관리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켜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를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주정완·이상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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