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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종교인 과세, 어떻게 볼 것인가

[일러스트=강일구]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종교인 소득 과세를 유보하면서도 “과세 원칙이 확정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교인도 과세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찬반 두 목소리를 들어봤다.



경제정의는 경제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다



박원호
주님의교회 담임 목사
먼저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안타까운 마음부터 가진다. 현재의 세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교회 내부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요구의 배후에는 성직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성직자들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가 있었으며 특히 가난에 기초한 그들의 삶의 모습은 돈으로 말함이 오히려 불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성직자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성직자들도 많고 적은 재산을 형성함으로 인해 재정적 문제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 문제는 교회의 근본이 되는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성직자 과세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인 문제요, 더 구체적으로는 교회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존재한다.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면서 빛과 소금처럼 세상을 새롭게 하도록 부름 받았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교회와 하나님의 종들을 통해 이 땅의 모든 생명들과 모든 영역들을 새롭게 하신다. 당연히 그 영역에는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포함된다. 세계교회협의회(WCC) 9차 총회에서도 이미 명시된 바와 같이 경제정의의 문제는 경제의 문제이자 신앙의 문제다.



 안타깝게도 교회의 역사에 있어서 교회는 이 부르심에 항상 충실하게 응답하지는 못했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막는 일도 흔히 있었다. 오늘 우리가 당면한 성직자 세금 문제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회는 당연히 재정적인 면에 있어서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인 의로움이 있어야 하며 평화와 기쁨이 있어야 한다. 이곳에는 어떤 특권층도 인정돼선 안 되며 어떤 특혜가 주어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성직자의 사명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도록 돕고 섬기는 일이다. 자신이 본이 되면서 성도들에게 “의와 평화와 기쁨”(롬 14: 17)의 정신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리 교회가 성장하더라도 지역 사회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교회는 존재할 이유를 잃어버릴 것이다. 성직자의 과세는 교회 공동체가 결코 특혜의 공동체이거나 세상과 분리된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분명한 신앙 고백이다. 지금까지 교회가 세상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분리된 공동체 내지는 우월적인 공동체처럼 비춰진 것은 목회자의 비과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세금을 내는 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자랑이 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모든 특권을 내려놓으시고 이 땅에 오신 주님과 함께하는 일이 아닐까. 목회자의 납세는 결코 가이사의 권세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세상을 섬기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길이다.



 성직자들은 세금을 납부함으로 무엇보다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르게 세울 수 있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투명할 수밖에 없다. 헌금의 많은 부분이 의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해 교회의 본질이 상처 받고 세상에 고통이 된다. 성직자는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고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성직자 과세는 성도들과 함께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거룩한 동행이다.



박원호 주님의교회 담임 목사



종교 자유, 세무 행정의 잣대로 봐선 안 된다



문병호
총신대 신학과 교수
지난해 초부터 기획재정부에서 불을 지폈던 종교인 과세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정부가 세칙을 만들어 강제하고자 하는 것은 주로 성직자 소득 과세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서구사회가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 온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 고찰이 요구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성직자 납세를 찬성하는 측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에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에 서 있다. 종교인도 ‘낼 것은 내고 받을 것은 받으라’는 논법으로 일관한다. 이런 기회에 종교인들은 재정적 투명성을 보장받아 사회보장에도 떳떳이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에 이를 반대하는 측은 성직자가 성도로부터 받는 금전은 노동의 대가로 지불되는 임금이 아니라 영적인 봉사에 대한 은급(恩給) 혹은 사례(謝禮)로 봐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헌금은 성도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한 뒤 소득 중 일부를 자신의 신앙에 따라 드리는 것이므로 여기에 세금을 또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헌법의 조세평등주의는 종교의 자유 위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연원에 있어 종교의 자유에 뒤따른다는 점이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 예배의 자유, 전도·선교·종교적 집회를 행할 자유 등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별도로 둔 것은 국가가 종교를 적극적으로 돕고 이를 활성화함으로써 종교만이 고유하게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종교에 맡겨 국가와 그 구성원의 격을 높이기 위함이다. 종교의 자유는 본질상 ‘무엇에로의 자유’를 지향한다. 즉 국가는 종교를 특별히 돌보고 종교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수준 이상의 고유한 의무를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는 일종의 고급스러운 묵계를 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이 단지 국가재정과 세무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준에서만 반복되고 있음은 개탄스럽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이를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데에는 세원파악과 세수확보 등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직을 근로로 여기는 데 따르는 사회보장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조세 강제라는 일방적인 방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종교가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 바람으로부터 안전한 제3의 지대를 마련해 종교인들이 인권·복지·구제·문화 영역 등에서 마음껏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조세 외의 방법으로 조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종교를 통한 영혼의 안식과 치유를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가 현대의 여러 병리로부터 벗어나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의 가치를 더욱 귀하게 여기는 풍조를 속히 회복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종교인 비과세를 견지해 온 것은 납세 이상의 종교적 헌신을 기대하며 종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돕고자 했던 근대법 정신에 정확히 부합한다. 조세는 합법적이어야 하지만, 합목적적이어야 한다. 국가는 종교가 가장 종교답게 되도록 돕고 종교인들의 고유한 헌신을 격려할 때 그만큼 그 격이 높아진다는 점을 경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병호 총신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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