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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35만원짜리 씨간장 먹으면 나도 청담동 사람 될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청담동이 무엇이관대….’ 오랜만에 공들여봤던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가 결국 ‘청담동 신데렐라’로 끝나는 허황한 결말에 불현듯 청담동이 궁금해 다녀왔다. 요즘 청담동에서 가장 핫하다는 곳을 수소문해서 말이다. ‘청담동 사람’이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SSG푸드마켓’과 ‘고메이494’에 가보라고. 뉴욕 고메 스타일로 꾸민 이곳은 요즘 강북 주부들도 ‘성지순례’처럼 다녀가는 곳이라고 했다.



 평일 오후. 한산한 도산대로의 한쪽에서 나는 15분이나 줄지어 기다렸다 SSG푸드마켓 주차장으로 겨우 들어갔다. 생각과 달리 삐까번쩍한 외제차보다 국산 중소형차들이 많았고, 인천과 경기도 번호판도 심심찮게 보였다. 사과 한 개에 1만8500원, 50mL짜리 씨간장 한 병에 35만원 하는 이 마트에선 빈 장바구니를 들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다. 이곳에서 나와 고메이494로 갔다.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 푸드코트엔 빈자리가 없을 만큼 붐볐다. 그곳엔 청담동 사람들과 청담동 순례객과 청담동을 동경하는 ‘앨리스’들이 뒤섞여 있었다.



 ‘청담동 사람’. 이 말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 ‘판타지’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들이 한다면 유행이 된다. 소위 시집 잘 갔다는 여성을 통칭하는 ‘청담동 며느리’들의 한때 잇백(it bag)으로 통했던, 한 수백만원대 명품백은 이젠 웬만한 집안에서도 필수 혼수품 목록에 올랐다. 덕분에 환율이 떨어져도 이 백의 가격은 끊임없이 오른다. 청담동 며느리들은 이 백이 대중화되면서 이미 잇백 목록에서 지워버렸는데도 말이다.



 앨리스들이 월부로 명품백 하나 장만해 청담동 판타지에 젖을 무렵, 청담동 사람들은 명품백에 대해선 시큰둥하다. 그들은 차라리 명품을 찍어놓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하는 화보집을 사보며, 이런 담론을 즐긴다. “고야드가 첫선을 보였던 가방의 수직 스트라이프와 네이밍 디자인이 이후 다른 명품 브랜드 백에서도 보이는 것은 우연인가 카피캣인가?” 또 자녀에겐 바비인형이 아니라 바비인형 사진이 가득한 120만원짜리 화보집을 사주며, ‘중요한 건 물건이 아니라 안목’이라고 가르친다.



 청담동 판타지는 상술로 확대 재생산된다. 식료품점은 한 티스푼에 1만원 하는 간장을 진열하고, 수입명품업체들은 중국·인도에서 만든 핸드백을 장인의 작품인 양 선전하며, 가격을 올려댄다. 여기서 앨리스가 살 수 있는 건 판타지뿐이다. 상인들은 청담동에 점포를 차리고, 앨리스들의 장바구니에 판타지를 담아주고, 그들의 지갑을 열어 자신의 지갑을 불린다. 그리고 끊임없이 ‘청담동 판타지’를 퍼뜨린다. 드라마에선 앨리스가 신데렐라가 됐다. 한데 그런 판타지가 실현되는 현실이라는 게 있을까.



글=양선희 논설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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