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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정치쇄신 방향 옳은가?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정치쇄신을 원한다면 정치인들이 좋은 정치를 위해 경쟁하고, 또 좋은 인재들이 정치로 몰려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얘기하고 있는 정치쇄신안들은 정치를 하려는 인센티브를 오히려 줄이면서 좋은 정치를 위한 개혁을 하려고 한다. 모순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워낙 정치인들이 지탄을 받아와 뭔가 정치인들에게 징벌을 가해야 국민들이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과 정당, 언론에 오늘날 정치의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각계에서 성공한 인재들이 정계로 들어선 후에는 그곳에서 꽃피지 못하고 좌절해 나오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았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나 정당 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전반적 인센티브체계가 그들이 나쁜 정치를 하도록 왜곡되어 있지 않은지, 또한 훌륭하고 깨끗한 인재들을 더 많이 정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센티브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모색해 봐야 한다. 열심히 발품 팔고 유권자들에게 귀 기울여 좋은 정책을 발의하면 언론과 국민은 별 주목을 하지 않는 반면 강경투쟁 벌이고, 근거 희박한 사실들을 폭로하며 장관과 공무원에게 호통치면 대문짝만 하게 보도되고 당내 입지와 차기 선거에 유리하게 된다면 누군들 후자의 행동을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초기 막대한 금융,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화와 수출입국에 성공했다. 또한 올림픽 출전선수들에게도 일관되게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리의 국력을 훨씬 뛰어넘는 올림픽 성적을 거둬왔다. 우리가 정치발전을 원한다면 정치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물론 이는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명예, 징벌 등이 포함되는 광의의 인센티브체계를 말한다. 그러나 최근 여야 정당에서 거론되고 있는 쇄신안들은 인센티브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세비를 30% 깎고, 특혜를 줄이면 더 많은 좋은 인재들이 정치권으로 몰려들고 좋은 정치가 이뤄지는가? 그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국가예산이 절감되는가? 아마도 저축은행 하나 구제하는 것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정치를 만드는 것은 그 어떤 과제보다 국가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일이다.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시원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쇄신방안은 아니다. 좋은 인재들이 정치인의 삶을 지향하고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비를 깎고, 특권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비현실적 정치자금법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고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도록 지원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돈 많은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쁜 정치에 대한 징벌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민과 정당이 담당해야 할 몫이 크다. 선거와 공천이 최대의 징벌 수단이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그 지역에서는 묻지마 당선이 되는 한 정치발전은 이루기 어렵다. 공천방식, 당내 고위직을 위한 경쟁과정, 당 운영방식 등 정당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우리 사회는 투명한 사회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실질적 보상·유인체계도 투명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국회의원들의 보수가 월급봉투만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내려주는 금일봉, 상관들이나 계파 보스들이 내려주는 봉투, 친지나 아는 기업들이 나서는 스폰서그룹이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보상·유인체계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재를 쏠리게 하고 우리 사회를 움직여왔다. 그러나 이런 행위의 본질은 부패와 유착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선진화·투명화되려면 이러한 관행이 근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 가고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투명한 보상·유인체계를 재조정해 주어 실질적으로 투명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효율적이며 역동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나타났듯이 공무원의 보수체계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소득을 보조할 필요가 있으면 봉급을 올려주는 것이 옳다. 특정업무경비라는 모호한 항목을 만들어 공무원들에게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하며 그 돈을 사적 용도로 쓰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서는 제재와 징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정치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정치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상·유인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개혁이고 혁신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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