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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의 난세를 건너는 법 약한 것이 결국 강한 것이다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이중톈 지음, 심규호 옮김, 중앙북스, 416쪽, 2만원




고전이나 전통은 죽은 자의 ‘살아 있는’ 의식이자 신념이다. 그 의식과 신념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살아 있는 자의 죽은 의식과 신념이다. 그럴 경우 고전과 전통의 원형에 어떤 다른 관점과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고전주의와 전통주의로 빠져 영원히 박제화되고 만다.



 그래서 새로운 눈으로는 낡은 책을 보아도 새로워 보이고, 낡은 눈으로는 새로운 책으로 보아도 낡아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멀게는 수천 년, 가깝게는 수백 년 된 고전이 늘 새롭게 재해석되는 까닭도 그 안에 살아 있는 의식과 지혜의 폭과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기 때문이다. 고전의 영속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13억 중국 사람들 중에서 중국의 고전을 지금에 되살려 깊은 통찰력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은 적지 않지만, 그 어려운 고전의 핵심과 정수를 자신의 관점에서 쉬운 말과 글로 전달하는 전문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 중에서 단연 발군은 중국 국영방송 CCTV 백가강단(百家講壇)의 『삼국지』 강의로 일약 스타가 된 이중톈(易中天) 교수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는 『중국지혜』라는 원제목을 가진 강연록이다. 주역(周易), 중용(中庸), 병법(兵法), 노자(老子), 위진남북조 시대 사람들의 풍도(風度)·선종(禪宗)을 이야기하면서 각각 ‘주역의 계시’ ‘중용의 원칙’ ‘병가의 사고’ ‘노자의 방법’ ‘위진의 풍도’ ‘선종의 경계’라는 여섯 개의 부제를 달고 있다.



 이중톈은 이 여섯 개의 주제와 관련된 고전들을 통해 중국인의 지혜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성숙했는가를 추적하는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한 고전이 때로는 정치서로도 수양서로도 처세서로도 읽힐 수 있구나 하는 기대밖의 소득도 챙기게 된다.



 이중톈은 『주역』(周易)의 특징을 우환의식, 이성적 태도, 변혁정신, 중용원칙 네 가지로 꼽았다. 『주역』은 그 이름이나 64괘 모두가 변화나 변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음양의 원리에 기초해 현상과 사물의 변화 원리를 교훈적으로 전하는 것이 『주역』의 주된 내용이다.



 이는 상고사부터 왕조교체가 빈번했던 중국사를 염두에 두면 당연한 원리와 내용들이다. (중국에선 무려 83개의 왕조가 교체됐다.) 위정자들은 왕조교체와 같은 정치적 대변혁에서 만물의 변화라는 이치에 주목하고 이를 정치논리로 포장하기 위해 추상화와 철학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서 이성적 태도와 변혁의 정신이 가미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나아가 중국인의 실용정신으로 정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중용의 태도 내지 자세가 도출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춘추전국 시대는 약육강식으로 대변된다. 노자의 사상은 강자의 논리만 횡행하던 시대적 사조에 대한 부정이었다. 이중톈은 춘추전국 시대에 주목해 노자의 사상을 병가와 연결시키는 안목을 보여준다. 싸우는 것과 싸우지 않는 것의 변증법적 관계를 이 둘의 관계 속에서 도출해냈다.



 병가는 싸움으로 얻게 될 손익계산서를 따져 싸울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전쟁 경제학에 입각한 사고를 보여줬고, 노자는 일상적 관념과 주장을 뒤집어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약자가 위대지고 궁극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경지를 보여준다.



 노자는 스스로 낮은 곳에 처하고 겸손해지면 천하 사람들의 추앙을 받을 수 있다면서 여성과 어린아이를 거듭 언급한다. 약해 보이고 아래에 있지만 강력해 보이는 모든 힘과 완력을 받아들여 스스로 강해진다는 것이다. 난세에 대처하는 노자의 자세와 방법은 자연스럽게 위진남북조라는 또 다른 난세와 연결된다.



 노자의 사상과 경계는 위진남북조의 청담(淸談)으로 대변되는 풍도를 거쳐 선종에 이르러 완숙해진다. 선종은 중국 역사상 최고 전성기의 산물이자, 반 천년 가까운 중국화 과정의 결실이었다. ‘깊은 사색으로 생각을 개조하는’ 선(禪)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중국인의 기본적 사고방식이 당나라라는 시대를 맞이해 언어와 사유의 경지를 한층 끌어올리게 된다.



 이중톈은 상당히 많은 화두(話頭)와 공안(公案·선종에서 수행자의 마음을 연마하기 위하여 과하는 문답안) 이야기를 예화로 들어가며 선종의 발랄하고 유쾌한 사유의 경지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경지가 결국은 ‘자유의 길’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통독하고 두 가지 느낌을 받았다. 하나는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의 우리 자신의 심경(心境)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안내자를 만났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괜히(?) 통독했다는 것이었다.



 뒤의 감정은 아쉬움 때문이었다. 이중톈의 이야기는 중국 역사상 최고 전성기였던 당나라 시대 선종의 사유(思惟) 경지와 경계를 한 수의 시를 통해 화두처럼 던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중톈은 선종을 중국적 사유의 최고 경지로 보면서, 이 때에 오면 중국인의 지혜는 조숙(早熟)을 넘어 성숙(成熟)의 단계로, 사상(思想)에서 경계(境界)로 변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종의 이후 중국의 지혜는 어찌됐을까. 이런 단순한 궁금점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면서, 그가 조만간 후속작을 내거나 강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보게 되었다. 후속작은 아니지만 그가 이 책에 앞서 제자백가 치국(治國)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 『아산지석』(我山之石)이 4월에 나올 예정이라니 이 또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우선 우리 흔히 말하는 중국인의 실용적 정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 중국인의 처세와 수양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가를 비교적 쉬운 원전을 끌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주제는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인간 가치의 재발견’이다. 한 걸음 더 깊이 읽는다면 그 발견에서 각자 ‘자유’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고전(古典)의 영생(永生)이 바로 독자들의 그런 느낌에서 나오는 기(氣)라면 믿겠는가. 어쨌거나 독자들은 이중톈의 기(氣) 내지 끼를 만끽할 수는 있다. 



김영수 중국사·『史記』전문가



●이중톈(65·易中天)=중국 고전 해설가. 중국 샤먼(廈問)대 인문학원 교수. 1947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출생. 문학·예술·미학·심리학·인류학·역사학 등 학제간 글쓰기와 강연에 탁월하다. 2006년 중국 CCTV의 인문학 강좌 ‘백가강단’에 출연하며 ‘이중톈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삼국지 강의 1, 2』 『백가쟁명』 『품인록』 『이중톈의 미학강의』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등이 국내 번역됐다. 



이중톈이 말하는 중국의 고전, 중국의 지혜



이중톈의 사유영역은 폭넓다. 『주역』 『중용』 등 유교경전, 『노자』 『손자병법』 등 도가·병가 경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특히 이번 책에서 ‘인생과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평범한 개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이중톈이 책에서 언급한 ‘오래된 지혜’를 간추렸다.



이은주 기자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들. 왼쪽부터 공자, 맹자, 손무, 노자, 혜능.


주역(周易) 중화민족 지혜의 결정체다. 세상이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할지라도 음양의 관계가 아닌 것이 없다고 말한다. “너도 존재하고 나도 존재하며, 네 안에 내가 있으며, 너는 나를 벗어날 수 없고 나도 너를 벗어날 수 없으며, 네가 변해 내가 되고, 내가 변해 네가 된다”는 것이다. 변혁이야말로 주역의 정신으로, 변화는 필연적일 뿐더러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일이 극에 달하면 변하기 때문에 역경 속에서 신심을 잃지 말고, 반대로 편안할 때도 매사에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용(中庸) 융통성이 살아있는 원칙, 평범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덕이자 처세철학, 처신예술이다. 중용이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고, “괜히 말만 하지 않는 것”이다. 괜히 말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큰 소리로 말만 외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극단을 향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용의 본래 뜻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자를 신단(神壇)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공자를 평범한 사람으로 회복시켜야만 중용도 평범한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도덕으로 회복될 수 있다.



손자병법( 子兵法) 가장 중요한 병법서다. 일류 전략가이자 군사학가인 손자가 자본과 이익이라는 두 가지를 고려해 진정한 승리를 위한 신전(愼戰·전쟁을 삼간다는 뜻)이라는 사상을 제시했다. 손자는 “전쟁은 속임수”라고 했다. 그가 살던 시대의 전쟁은 올림픽이 아니었다. 온정과 겸양 정신은 찾을 수 없는, 오로지 이기기 위한 필사의 전쟁이었다.



노자(老子) 평화·반전을 주장했으나 자애·절제 등 특유의 병도(兵道)를 담아 병가의 필독서가 됐다. 노자는 약자 편에 섰다. 노자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도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유약한 것이 가장 강하고, 가장 낮은 것이 가장 숭고하며, 가장 원시적인 것이 가장 선진적인 것이라고 본다. 역설적으로 생각하고 역설적으로 말하며, 뒤집어 행동하고 뒤집어 문제를 보라고 강조한다. 고전 가운데 『노자』와 『주역』이 가장 철학적 의미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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