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과 지식] 인류사 연구 50년의 결론 ‘문제는 탐욕’

인간 이력서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을유문화사

464쪽, 1만7000원




내일 모레가 봄에 가까이 간다는 입춘(立春)이니 맹렬하던 추위도 한 풀 꺾이지 싶다. 이 무한대 시간의 흐름에 요일을 주고 달을 매기고 연도와 세기를 나누는 건 인간, 특히 유럽인이 제 식대로 새겨놓은 눈금일 테지만 그 리듬에 맞추어 춤추는 범부의 일상은 오늘도 분주하다.



 하루하루를 종종거리는 인간 앞에 “우리가 문제다”며 인류 200만 년 이력서를 내민 사람이 있다. 독일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볼프 슈나이더(88)다. 한 인간의 삶을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해버리는 이력서를 인류 전체로 확대 적용한 그 우주적 배포가 독서욕을 자극한다.



 ‘문제는 경제야’도 아니고, ‘문제는 정치야’도 아닌 왜 ‘문제는 우리야’일까. 어떤 생명도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천하의 영장(靈長)이라는 인간도 다가오는 멸종의 시간을 어쩌지 못한다. 그게 언제 올 지 모를 뿐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우울할 뿐이다.



 인간 이력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반성과 전망하는 자만이 ‘호모 사피엔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니 지은이는 묻는다. “우리가 해법일 수 있을까?” “누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인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장하듯 오늘날 인류는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인류는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소비를 한다. 이력서 상으로 갑(甲)인 자연을 대상으로 을(乙)인 인류는 쓸데없는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 끊임없는 응전과 정복으로 21세기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문명의 정점을 꽃피우고 있지만 그 발자취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중이다.



 인류 이력서를 돌아보면 참담하다. 한마디로 오만불손한 지배자의 역사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미래를 예언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함께 고민해야 한다. 탐욕과 오만의 정점으로 오도된 이력서 앞에 겸손한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우리는 상황을 극복하고 운명을 한껏 비웃어 줄 수 있으리라고 필자는 낙관한다.



 언어와 문화사를 전문 분야로 공부한 볼프 슈나이더는 ‘인류의 장편소설’을 써보겠다는 야심을 세운 뒤 50년을 이 작업에 매달렸다. 1958년 6월 18일부터 매주 독일 뮌헨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연재한 ‘인류 1백만 년-식량이 풍족할 때조차도 지구의 하루는 너무 비좁다’가 『인간 이력서』의 바탕이다.



 옮긴이가 집어냈듯, 8개 장 50개 항으로 인류의 이력을 명쾌하게 정리한 슈나이더가 우리에게 아쉬운 건 철저한 유럽인의 시각에 갇힌 서술 내용이다. 그렇다면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동아시아인의 관점으로 새 인간 이력서를 쓰는 건 어떨까. 슈나이더가 호소하듯 “생명은 가치가 있다. 행동하자. 그리하여 우리 다음 세대들이 지구에 얼마만이라도 더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