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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청문회, 철저한 사전검증이 우선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 인사청문회에선 거친 논쟁이 이어졌다. 헤이글이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것 등을 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날 헤이글 개인의 비리 의혹은 거론되지 않았다.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처럼 정책 방향을 검증·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이나 병역 문제 등 도덕성 부분에만 함몰되곤 하는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한 이후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거듭해서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두세 사람을 후보로 냈을 때 (신상) 털기 식으로 (검증)하면 모두가 상처를 입을 것” “너무 개인적인 신상에 집중하니 능력이나 소신, 철학을 펼칠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업무 능력과 정책적 비전은 공개적으로 따지도록 ‘투 트랙(two track) 검증’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사청문회의 중심이 정책 검증으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청문회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놓고 사회 전체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적 가치에 관한 논쟁이 오가야 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특정업무경비 유용 같은 개인 의혹에 집중된 것은 면구스러운 일이다. 또 구구한 신상 정보가 노출되고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이 불거져 후보자 개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정신적 피해를 보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식 청문회를 벤치마킹한다는 것이 도덕성 검증의 수위를 낮추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과해야만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는 시스템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물론 백악관·공직자윤리위원회·FBI(연방수사국)·IRS(국세청) 등이 재산 보유 상황과 납세 기록, 전과 등을 끌로 파듯 조사한다. 심지어 가사도우미 고용이나 과거 7년간의 이웃 평판도 조사 대상이다. 지명 후에는 의회에 사전 검증 결과와 서면답변을 제출해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보자의 삶이 유리알처럼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는 본지 칼럼(1월 28일자)에서 “(상원 청문회의) 검증은 심지어 10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내 경우 상원은 같은 내용을 다섯 차례나 확인했다”고 말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13년간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해야 하지만 국민의 엄격해진 검증 요구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청문회를 정상화하려면 ‘사전 검증→후보자 지명→국회 신상 검증→공개 정책 청문’ 수순이 바람직하다. 원칙을 따르는 것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란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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