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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액션 ‘베를린’ 그가 먹는 장면 몽땅 자른 까닭은…

“‘베를린’엔 하정우가 먹는 장면이 없다고? 실망인데.”

컬처#: 하정우 ‘먹신’

별게 다 화제가 되는 인터넷 세상이지만 최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첩보액션 ‘베를린’은 주연배우 하정우의 먹는 연기 장면이 없어서 화제다. 하정우는 베를린에서 암약하는 북한 요원 표종성 역을 연기했다. 먹는 연기가 얼마나 실감 나면 먹는 장면이 없는 게 뉴스가 될까.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엔 하정우의 영화 속 먹는 장면을 모은 이른바 ‘하정우 먹방(먹는 사진) 모음’이 돌고 있다. ‘황해’의 조선족 청년 역을 하며 컵라면 먹는 장면, 변호사로 나온 ‘의뢰인’에서 쌀국수 먹는 장면, 부산 조폭 두목으로 나온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탕수육찐빵 먹는 장면 등이 잘 알려진 일명 ‘하정우 먹신(먹는 장면)’이다. 놀라운 한국의 네티즌들은 2003년 무명 시절 출연한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그가 닭 먹는 장면까지 찾아냈다. ‘맛있는 요리에 필요한 4가지’라는 작자 미상의 웹툰(그림)도 있다. 4가지는 ①신선한 재료 ②좋은 요리사 ③근사한 장식, 그리고 ④(맛있게 먹어주는) 하정우다.

트위터에 야식 사진을 자주 올리는 만화가 강풀도 ‘베를린’에 하정우 먹신이 없는 걸 한탄했다. “‘베를린’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하정우씨의 먹는 장면이 없다는 거. 어떤 음식을 먹든 얼마나 차지게 먹는 배우인데.” 그렇다면 왜 ‘베를린’은 흥행 포인트(!) 중 하나인 ‘하정우 먹신’을 쓰지 않았을까.

사실 ‘베를린’에도 먹신은 있었다. 지난달 초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하정우는 “먹는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바게트·보드카·땅콩, 아침밥 등을 먹는 장면이 있다. 다만 (캐릭터 특성상) 맛있게 먹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먹신은 죄다 잘려나갔다. 조심하느라고 했는데도 너무 맛있게 먹었던 게 이유였다. 류승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입맛이 없어야 하는 인물이라 좀 맛있게 먹지 말라고 했더니 ‘이것도 깨작깨작 먹는 것’이라고 하더라. 너무 맛있게 먹으니 꼴 보기가 싫었다”며 고충을 설명했다. 먹는 연기만큼은 감독의 디렉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본능의 영역이었다는 얘기다.

먹는 연기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로 꼽히려면 그 장면을 보며 입맛을 다시게 해 극장을 나와 그 음식을 먹으러 가는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 영화 음악과 비슷하다. ‘건축학개론’을 보고 난 후 기어이 노래방에 가서 ‘기억의 습작’을 고른 후 고래고래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을 목 놓아 부르는 주위 남자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하정우는 관람 후 음식 섭취를 유도하는 남다른 흡인력을 지닌 몇 안 되는 배우다. 나도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을 본 후 탕수육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작 중 ‘황해’(2010)는 하정우 먹신의 결정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는 ‘하정우 먹방 식단표’를 보면 핫바·국밥·어묵·총각김치·감자 등 참 많이도 먹었다. 실제로 식음료 CF 의뢰가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아직까지 찍은 건 맥주광고 정도라니 “식음료업체 광고대행사들은 업무태만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만도 하다.

다이어트의 큰 적으로 꼽히는 ‘하정우 먹방’의 유행은 최근 급상승한 그의 위치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알려진 대로 그의 별명은 ‘하대세(하정우가 대세)’다. 현재 충무로에서 남자 원톱 혹은 투톱을 내세워 기획되는 영화엔 하정우가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13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한 ‘광해’도 캐스팅 초반에 이병헌과 하정우를 놓고 고민했다는 후문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대세론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제작자나 투자사들이 새 얼굴을 발굴하려는 노력보다는 잘나가는 배우에게 기대어 편하게 가려는 것 같아 게을러 보여서다. 그런데도 하정우 먹신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가 대세임을 인정하고 싶어진다. 먹는 장면을 기대하게 하고, 먹는 장면이 빠져 아쉬움을 주는 배우가 어디 흔하던가. 먹는 연기가 주목받는 건 연기력이 흡족하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평가일 것이고. 하정우의 차기 작은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과 다시 만나는 사극 ‘군도’다. 의적단에 가담하는 조선시대 백정 역이라는데 이번엔 고깃집 매상이 오르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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