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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겸 설 준비, 화성 옆 ‘특별 시장’에 초대합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의 못골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감미로운 노래가 시장을 감돌았다. ‘왁자지껄해야 할 시장에 웬 발라드 음악?’ 의문이 든 것도 잠깐. 뒤이어 DJ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버스토리] 발라드 흐르는 별난 장터 수원 못골시장

 “안녕하세요. DJ ‘떡하나’예요. 방금 들으신 곡은 김종국의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신나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김현정의 ‘멍’ 입니다.” 노래가 흐르는 중간중간 DJ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고객 관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합니다. 가슴으로 다가가는 감성 마케팅이 손님을 다시 찾게 합니다.”



수원 못골 시장의 홍보대사격인 줌마불평 합창단 대부분 50~60대다. 자작곡 6곡을 발표하는 등 못골 시장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수원 못골시장이 자랑하는 라디오방송국 ‘못골 온에어 MGBS’이었다. 시장 곳곳에 스피커와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시장 어디에서도 방송이 들려왔다. 시장 안에 있는 방송국 앞에는 신청곡과 사연을 받는 예쁘장한 우체통도 서 있었다.



 못골시장 라디오 방송국은 전국 전통시장 DJ박스의 원조다. 충북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의 ‘시장통 버스 라디오’, 전남 목포 자유시장의 ‘도깨비 방송국’, 경북 경주 외동장의 ‘라디오 3·8외동장’ 등 시장 상인이 DJ가 되고 엔지니어가 되고 청취자가 되는 라디오 방송이 전국 전통시장에 유행처럼 퍼져 있다. 이들 시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어귀에 ‘문전성시 시범시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문전성시(文傳成示)’.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 전통시장에 문화라는 옷을 입혀 지역 명소로 활성화하자며 가동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문(文)화를 통한 전(傳)통시장 활성(成)화 시(示)범사업’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수원 못골시장이 2008년 10월 문전성시 시범시장 1호로 지정됐고, 2011년까지 전국 21개 전통시장이 시범시장으로 선정됐다.



전국 전통시장의 DJ박스 원조 격인 ‘못골 온에어 MGBS’. DJ 이하나씨가 라디오 부스에 앉아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신 없는 시장통에 무슨 문화?’라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상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은 기본이고, 상인들이 뭉쳐 극단을 만들어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고, TV CF를 제작하고, 커피 교실이나 요리 교실을 열어 손님을 가르친다. 시장 상인들이 직접 문화 콘텐트를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악다구니 호객 소리만 요란하던 시장은 문화가 흐르는 이색 공간으로 거듭났다. 문전성시사업단 김종대 단장은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큰 성공 요인이며, 상인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못골시장은 40년 전통을 자랑한다지만 작은 시장이었다. 시장에 있는 상점 90개도 반찬·전·떡 따위를 파는 생활밀착형 가게가 대부분이어서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다. 그러나 문전성시 시범시장이 되면서 일대 변신에 성공했다. 지역 주민이 하나둘 구경을 오더니, 이제 주말이 되면 외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많게는 하루 2만 명이 찾아와 폭 2m가 전부인 시장통은 문자 그대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장사를 그만뒀던 상인들이 다시 가게를 열었고, 매출이 갑절로 늘어나면서 상인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못골시장상인연합회 이충환(41) 회장은 “이제 못골시장은 수원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이제 시장은 장 보러 가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볼거리 많고 즐길 거리 많은 놀러 가는 곳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에는 문화적 감성 그윽한 시장으로 놀러 가시라. 덤으로 정(情) 한 바구니, 재미 한 바구니 듬뿍 담아서 오시라.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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