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8> 마나슬루(상)

세계 7위 봉 마나슬루(8163m)는 ‘영혼의 산’으로 불린다. 산스크리트어 ‘마나사(Manasa·영혼)’와 ‘룽(Lung·땅)’이 뭉쳐진 말이다.



악마의 뿔 닮은 정상 … ‘영혼의 산’은 자애롭지 않았다

지난해 말 영혼의 산으로 갔다. 길은 안나푸르나(8091m)와 경계를 이루는 부디 간다키(Buhdi Gandaki)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하늘에 닿을 듯 위압적인 절벽이 버티고 있는 협곡이다.



협곡에 난 작은 길을 7일 정도 거슬러 올라가야 베이스캠프에 닿는다. 마치 자궁 속을 유영하듯 깊은 협곡을 걸어 들어갔다.



마나슬루(네팔)=김영주 기자

사진=이창수 사진작가



마나슬루 정상은 주봉과 동봉이 마주보듯 솟아 있다.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눈과 얼음은 거대한 빙하를 만들어낸다. 험악한 모양새 때문에 ‘악마의 뿔’로 불린다.


‘영혼의 산’ 가는 길, 들머리는 따뜻



한겨울 히말라야 트레킹은 마뜩찮은 여행이다. 추위와 고독이 너무나 혹독한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속으로 ‘나마스테, 나마스테!(Namaste, 신의 은총이)’를 수도 없이 되뇌었나 보다. ‘영혼의 산’이라는 마나슬루의 이름만이 그나마 왠지 모를 기대를 갖게 했다.



 마나슬루 트레킹의 들머리인 아루갓(Arutghat·600m)까지 가려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250㎞ 정도 떨어진 다딩(Darding·580m)까지 간 다음 다시 비포장 길을 한나절 정도 달려야 한다.



로가온의 라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아스팔트 길, 황톳길 할 것 없이 길에는 넋 나간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괘종시계 추처럼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여자, 길가에 앉은 개에게 끊임없이 절을 하는 여자…. 버스와 트럭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 앉은 여자들을 중앙선 삼아 곡예 운전을 했다. 8년째 네팔을 다니며 익숙해진 일이다. 무엇이 그들의 넋을 앗아갔는지는 알 길 없지만 이런 여인네들을 스쳐 지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12월 12일, 하룻밤에 800루피(약 1만1000원) 하는 아루갓의 한 로지(산장)에서 짐꾼들에게 짐을 배분하고 영혼의 산을 향해 첫걸음을 뗐다. 아루갓은 부디 간다키 강 양안으로 민가와 상점이 도열한 큰 마을이다. 강가엔 몸을 씻는 소녀와 아낙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치마를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깔깔대며 목욕을 하는 이들의 풍경은 꽤나 평화로워 보였다. 우리보다 위도가 낮은 이곳은 해발 2000m 아래는 겨울이 없는 아열대 지방이다.



 첫날 점심을 위해 멈춰선 아루켓(Arukhet· 620m) 마을도 동남아의 어느 마을처럼 따사로웠다. 길가에서 말린 고추를 다듬는 처자 둘을 만났다. 커피색 피부의 수리타(20)와 루파(21)는 네팔의 서민 카스트보다 한 단계 아래인 포리야족이었다. 가난한 집 딸들이지만 귓불에 달린 순금 귀걸이는 묵직해 보였다. 수리타는 “내 것은 2만3000루피, 언니 것은 2만5000루피”라고 자랑했다. 우리 돈으로 30만~40만원, 네팔에서는 큰돈이다. 결혼 전 부모들이 해주는 패물은 “딸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가이드 크리슈나(32)가 귀띔해 주었다.



 결혼 적령기의 처녀는 이방인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대담했다. 한참을 꼬치꼬치 묻더니 대뜸 프러포즈까지 했다.



 “나, 한국에 가고 싶어. 너 나 좋아? 너 나랑 결혼할래?” 당황한 나머지 뜬금없는 대답을 했다. “나는 이 길로 내려오지 않아. 다른 길로 하산할거야. 그래서 너를 다시 볼 수 없어.” 옆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던 가이드 크리슈나가 “오늘 이 마을에서 자면 큰일 나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옥과 평화가 공존하는 협곡 트레킹



카트만두에서 아루갓으로 가는 고속 버스.
아열대의 기후는 계속 이어졌다. 추위를 대비해 준비한 두꺼운 옷은 배낭 밑바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첫날 소티콜라(Sotikhola·700m), 둘째 날 마차콜라(Machhakhola·870m)를 거쳐 셋째 날 오후에 도착한 자갓(Jagat·1340m)에서야 겨우 겨울용 바지를 꺼내 입었다.



 사흘 동안 약 45㎞를 걸었다. 고산지역 윗마을과 아랫마을를 잇는 작은 길로 당나귀를 만나면 서로 몸을 비비지 않고 양보할 수 있을 정도의 소담한 길이었다.



 트레킹 동안 부디 간다키 강의 물소리는 떨쳐버릴 수 없는 길동무였다. 대개 협곡 양편을 번갈아 가며 산허리를 돌고 도는 식이었다.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한 굽이 돌 때마다 기대를 갖게 했다. 고갯마루에 서면 기대 이상의 광경이 펼쳐졌다. 낭떠러지를 살짝 비켜가는 위태한 길을 만났다가 한 굽이를 더 돌면 평화로운 사구(砂丘)지대가 나타났다. 마치 호리병 속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고산족 사람들의 주식 중 하나인 옥수수. 살짝 볶은 뒤 맷돌에 갈아 차에 넣어 마신다.
 절벽을 깎아 만든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자갓은 중세 유럽의 성 같았다. 검은 석회석을 얇게 쪼갠 판석으로 지붕을 얹은 20~30호의 집들은 거성을 둘러싼 성채처럼 보였다. 석양을 받은 지붕은 검붉게 타올랐다. 누런 들판과 포말과 함께 내려오는 터키 옥빛의 부디 간다키 강물은 자갓을 더욱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방인과 현지인의 생각은 달랐다. “아름답다고요? 여긴 산·절벽·하늘, 그것뿐인걸요. 난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요.” 자갓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피림(Philim·1570m)의 초등학교 교사인 사비트르 카르키(21)가 낭떠러지에 걸터앉아 말을 걸었다. 사비트르는 학교가 쉬는 주말 고향 집에 내려와 어머니·이모와 함께 땔나무를 한 짐 해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우리 일행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환대했다. 한겨울의 트레커는 가물에 콩 나듯 흔치 않은 방문객. 길에서 마주친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해 따뜻하게 데운 ‘창(옥수수 등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대접하며 도시에 사는 우리의 일상에 대해 물었다. 아직 미혼인 사비트르는 부모와 언니·오빠, 그리고 조카들까지 10여 명이 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큰오빠와 둘째 형부도 교사로, 네팔에서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다.



계곡 흘러내리는 남벽은 두려움 그 자체



소티콜라 마을의 여인들.
자갓에서 하루를 더 가면 두 강이 합수하는 지점에서 길이 갈라진다. 서쪽은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동쪽은 춤 밸리(Tsum Valley) 가는 길이다. 춤 밸리는 외지인 트레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고개를 넘어가면 티베트 땅. 그러나 절벽에 막혀 산 너머는 상상 속에서나 있었다.



 뎅(Dyeng·1920m)을 지나 남룽(Namrung·2630m)까지 올라가면 이제 고산마을이다. 도중에 북쪽에 위치한 삼도(Samdo·3840m)에서 추위를 피해 카트만두로 내려가는 이들을 만났다. 라마(Lama)족 또는 구룽 라마(Gurung Lama)족으로 티베트 유민들이다. 구룽 라마는 티베트에서 네팔에 넘어온 지 오래된 이들, 라마족은 20세기 들어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 때 이주한 이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티베트 사람으로 여긴다. 카트만두로 가는 길을 “네팔에 간다”고 했다. 가이드는 “자기가 사는 곳은 티베트, 산 아래 도시는 네팔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가온(Lhogaon·3180m)은 마나슬루 남벽을 보기 위한 천혜의 전망대다. ‘영혼의 산’ 마나슬루 꼭대기는 이름만큼 자애롭지 않다. 정상부는 야크의 뿔처럼 솟은 동봉과 주봉이 험악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악마의 이빨’ 또는 ‘악마의 뿔’로 불린다. 특히 두 봉우리 사이에 형성된 쿨루와르(거벽 사이의 계곡)가 흘러내리는 남벽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로가온에서 한나절이면 사마가온(Sama gaon·3540m)에 닿는다. 사마가온은 사실상 트레커에겐 종착지나 마찬가지다. 우리 일행은 로가온을 뒤로 하고 마나슬루 베이스캠프(4150m)가 있는 빙하 지대까지 6시간 더 걸어갔다.





●마나슬루 트레킹 정보=마나슬루 지역으로 들어가려면 허가증을 3개 받아야 한다. 트레킹 허가증인 TIMS(트레커정보관리시스템) 카드와 마나슬루 보전구역 출입 허가증, 그리고 입산료다. 모두 합치면 약 7000루피(약 10만원). 카트만두에서 가는 방법은 지방 버스나 지프가 용이하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지 않기 때문에 시간 제약이 덜한 편이다. 버스나 지프를 전세 낼 경우 하루에 약 4만 루피(55만원)가 든다. 카트만두에서 트레킹 시작점인 아루갓까지 10시간 걸린다. 아루갓에서 사마가온 마을까지는 여행객이 묵을 수 있는 로지가 있어 따로 텐트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트레커는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동안 거의 모든 경찰 검문소에서 트레킹 허가증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의 ‘M투어’에서 여행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02-773-5950.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