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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최태원에 "일어서" 1시간10분 동안…

형님은 유죄, 아우는 무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굳은 표정으로 출두하고 있다(왼쪽). 이날 최회장은 회사 돈 465억원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고 귀가했다. 최 부회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오른쪽). [박종근 기자·뉴스1]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징역 4년으로 하고 이 순간 법정구속합니다.”

‘실형의 공식’ 굳어진 대기업 총수 재판
‘465억 횡령’ 최태원 SK회장 4년형 선고 법정구속
이호진·김승연 회장 실형 이어 … 집유 관행 사라져



 31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최태원(53) SK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이원범 부장판사가 주문을 낭독하자 법정 안은 술렁거렸다. 600억원대의 회사 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은 이날 465억원 횡령 혐의가 인정됐고 비자금 조성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회장은 당황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선고 직후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재판장이 말하자 “전 잘 몰랐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하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를 보내려던 최 회장은 법원 경위들에게 이끌려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재판 첫머리에 이 부장판사는 최 회장에게 일어서라고 했다. “원칙에 따라 피고인은 일어서서 판결 선고를 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후 재판장이 무려 1시간10분 동안 판결 취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최 회장의 얼굴은 굳어 갔다. 최 회장이 주범이라는 게 요지였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종범이고 동생인 최재원(50) SK 부회장이 주범이라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 변호인의 변론 내용이 완전히 뒤집혔다.



 최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지난 1년여간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내려진 판결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1년 11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모자가 1심에서 징역 4년~4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 2심에서 항소 기각된 판결과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판결과 맥을 같이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총수의 경우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참작이 됐다. ‘국가 경제 발전 기여’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 등이 단골 메뉴였다.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혐의가 약해도 오히려 집행유예 대신 실형을 선택하는 추세다. ‘실형의 공식’이 굳어져 가고 있다.



 구형량의 절반 정도를 선고하던 관행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최 회장의 경우 검찰의 구형량도 징역 4년이었다. 부하 직원에게 미루고 회장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논리로 빠져나가던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 총수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패러다임이 바뀐 이유에 대해 “과거 폭넓게 인정되던 법관의 재량이 양형기준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 회장의 경우 인정된 횡령액이 465억원인데, 300억원 이상일 경우 감경을 해도 징역 4~7년 선고가 원칙이다. 양형기준은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이유도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이 부장판사도 “양형기준으로 볼 때 형을 유예할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법정구속을 명했다.



공식의 변화는 대응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인정과 읍소’가 주된 법정 전략이었다. 전관을 찾는 노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방이 먼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달라진 국민 법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고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 “항소하겠다”=SK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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