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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무거운 경차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티코, 추억이 된 자동차다. 생애 첫 차로 티코를 탔다면 특히 각별하다. 대우 마크를 단 티코는 베트남·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티코는 있을 것만 있는 차였다. 편의 장치 면에선 큰 차보다 불편했다. 그래도 작은 몸집 덕에 좁은 골목에선 갑이었다. 2001년 단종됐지만 티코는 아직도 ‘작은 것’의 대명사로 쓰인다. 때로 놀림거리도 됐다. 그러나 티코는 작아서, 가벼워서 의미 있는 차였다.



 그런데 경차가 무거워졌다. 2008년 경차 기준이 배기량 800㏄에서 1000㏄가 되면서부터다. 더 많은 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명분이 붙었다. 그러나 ‘1000㏄ 경차’는 소형차와 구별되는 경차의 매력을 지웠다. 편하긴 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편의 장치는 가격을 올렸다. 값이 오르니 진짜 경차가 필요한 사람은 비싸서 못 산다. 경차의 천국 일본에선 아직도 경차의 배기량 기준이 660㏄다. 폭과 길이 기준도 일본이 한국보다 짧다. 그래도 많이 팔린다. 호텔 앞에서 푸대접을 받을 순 있어도, 경차는 경차다울 때 의미가 있다.



 요즘 산업계에선 ‘무거운 경차’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다. 물론 질투도 있다. 형님 역할을 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는 중기중앙회의 약진이 불편하다. 중기중앙회는 대통령 당선인이 처음 찾은 경제단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첫 현장방문도 중앙회였다.



 그러나 질투나 시기가 곱지 않은 시선의 전부는 아니다.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은 안 보이고 회장만 보인다. 관료화돼 가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특성은 혁신과 도전, 창의성이다. 그러나 중기중앙회의 최근 행보에 창의적 제안은 없다. 끝없이 지원만을 요구한다. 마치 농업 지원 타령만 하다 중앙회는 공룡이 되고 농민의 삶은 나아진 게 없는 농협중앙회 같다. ‘손톱 밑 가시’가 수백 개라는 식의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 현장 목소리를 충실히 듣고 당장 빼야 할 가시를 확실하게 가려내서 뽑아내는 본연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회의 몸집도 커졌다. 지난해 초 중기중앙회가 33%의 지분을 투자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 출범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잡음도 커졌다. 지난해 국감에선 이 홈쇼핑에서 파는 중소기업 제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측면도 있다. 중소기업의 한 축인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입장에서 홈쇼핑은 대기업 같은 위협적인 존재다. 이 문제에 대한 자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중앙회의 대기업 성토는 공허해진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지난달 29일 발언도 되새길 만하다. “맹목적 중기 위주 정책을 한다고 해서 건전하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지원받아서 생존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의 25~30%는 근본적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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