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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다듬는 데만 38일 … 명작은 손끝에서

포드는 1911년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다. 그 결과 차 한 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도요타는 50년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도입했다. 효율성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았던 생산 방식이다. 반면 선택된 소수를 겨냥한 고급 차에선 느리고 값비싼 방식이 오히려 자랑거리다. 장인을 동원한 수작업 공정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TPS의 산파인 도요타 역시 예외는 아니다.

1 벤틀리의 숙련공이 차의 실내를 꾸밀 나무 패널을 다듬고 있다. 나무는 본래의 색과 무늬를 고스란히 살려 쓴다. 그래서 벤틀리의 원목 장식은 같은 게 하나도 없다.[사진 벤틀리·포르셰·렉서스]

시마모쿠. ‘줄무늬 나무’란 뜻의 일본어다. 렉서스 신형 LS의 스티어링 휠과 도어트림을 장식한 나무 소재가 바로 시마모쿠다. 늠름한 원목이 섬세한 무늬목으로 거듭나기까지 38일 동안 총 67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924년 창업한 무늬목 전문 업체 호쿠산, 파나소닉 에코솔루션인테리어빌딩 프로덕츠, 텐도목공 등 세 회사의 장인들이 동원된다.

포르셰는 차의 실내를 꾸미는 데 쓸 가죽을 직접 가공한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다.

2 포르셰는 자동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가죽을 직접 염색하고 가공한다. 방목해 키운 오스트리아산 소의 가죽만 고집한다. 3 렉서스 LS 운전대의 나무 장식은 38일 동안 67단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사진 벤틀리·포르셰·렉서스]

가죽은 최상급만 고집한다.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목초지에서 방목해 키운 소에서 벗긴 가죽을 쓴다. 공간이 빠듯한 사육장에서 키운 육우(肉牛)는 가죽에 상처가 많기 때문이다. 가죽은 소 한 마리에서 벗겨낸 모양 그대로 염색해 가져온다. 그러면 경험 많은 장인이 육안으로 흠집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가죽의 절반을 걸러낸다. 여기서 불합격된 가죽과 자르고 남은 자투리는 명품 브랜드에 판다. 키 홀더나 핸드백의 테두리처럼 오밀조밀한 부위를 만들 때 쓴다. 포르셰의 합격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죽을 다루는 도구는 평범하다. 커터와 가위 정도다. 그러나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서 밋밋한 가죽은 포르셰의 미끈한 속살로 거듭난다.

벤틀리는 최고급 세단인 뮬산 한 대의 실내를 꾸미는 데 황소 16~17마리분의 가죽을 쓴다. 가죽은 37시간에 달하는 바느질을 거쳐 벤틀리의 뽀얀 속살로 거듭난다. 스티어링 휠에 가죽을 씌우는 손바느질에만 15시간이 걸린다. 실내에 쓸 나무는 한 그루에서 4㎡ 정도다. 먼저 박편으로 썰어 3주간 말린다. 그리고 다시 반으로 쪼개 0.6㎜ 두께의 패널을 만든다. 이 패널을 나무틀 위에 씌운 후 8겹으로 코팅하고 광을 낸다. 나무 박편을 오리기 위한 레이저나 코팅한 표면에 광을 내는 기계만 빼면 죄다 수작업이다. 대시보드 좌우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패널도 전부 장인이 손으로 든 채 작업한다. 또 우드 패널은 탈색과 염색을 일절 거치지 않는다. 원래 나무의 무늬와 색을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해서다.

렉서스 LS의 공조장치는 실내 기온뿐 아니라 탑승자의 체온까지 측정해 온도를 조절한다.

롤스로이스도 예외가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2011년 8월 “비스포크 사업을 두 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나날이 늘어가는 수요 때문이다. ‘비스포크’는 원래 옷과 관련된 용어다. 고객의 체형에 맞게 재단하고 재봉하는 과정을 뜻한다. 자동차에선 맞춤 제작을 뜻한다. 2005년 판매된 롤스로이스 가운데 비스포크 주문 비율은 50%였다. 그런데 2009년엔 평균 75%까지 치솟았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팀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등으로 구성된다. 비스포크의 범위는 따로 없다. 시트의 가죽 꿰맬 실의 색깔부터 바느질 방법, 목재 종류와 무늬, 컬러 등을 고르는 건 기본이다. 차의 안팎을 꾸미는 데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트렁크에 쏙 수납되는 비스포크 피크닉 세트가 좋은 예다. “롤스로이스의 품격을 상징하는 세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범 중앙 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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