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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할 지경" 독스모그에 뒤덮인 中수도

스모그가 중국 베이징을 뒤덮은 29일 천안문 광장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황색 경보를 발령하고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의 21세기 병원에는 29일 오전에만 30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은 것이다. 대부분 ‘베이징 기침(北京咳·베이징 스모그가 유발한 기침)’ 증상을 호소하는 전화였다. 스모그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징훙(時景紅)병원 홍보담당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감기와 후두통을 호소하며 빨리 진료받게 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은 가시거리가 종일 500m에 불과했다. 주중 미국대사관이 공개한 중심지역 오염도는 PM 2.5(2.5㎛ 이하 초미세먼지) 기준으로 500㎍/㎥였다. PM 2.5 기준 100만 넘어도 호흡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이징시 응급전화인 999는 이날 오전에만 30여 명의 폐렴 환자와 5명의 기관지염 환자를 응급 후송했다.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MSN 차이나가 28일 베이징 등 스모그 도시 주민 52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모두가 스모그 발생 이후 신체 이상을 호소했다. 이 중 감기가 25%로 가장 많았고 가슴이 답답하다(23%), 정신 혼미(23%), 안구 불편(19%), 심장박동 이상(9%) 순이었다.


 이날 오후 1시, 차오양구 란사이강완(藍色港灣) 국제상업구역. 베이징의 대표적 외국 브랜드 쇼핑상가인 이곳의 여성 패션매장 베로 모다엔 손님이 딱 1명뿐이었다. 평소 점심시간에는 100명이 넘는 손님으로 북적대는 곳이다. 판촉담당 에밀리는 “스모그만 오면 손님이 평소의 절반으로 준다. 올 들어 사흘에 한 번꼴로 스모그가 발생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가장 큰 BHG 수퍼마켓은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이용하지만 이날 오후 1시까지 100명도 안 찾았다. 점원 류이위안(劉亦淵)은 “점원들은 손님이 적어 오히려 반긴다”며 “이를 ‘스모그 휴가’라 부른다”고 말했다.

 수도로서만 800년 역사의 고도 베이징이 스모그에 질식할 지경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은 산업화의 후유증이다. 요즘 스모그에는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탄화수소는 물론 납과 인 등 중금속까지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흡입할 경우 폐렴·천식 등 호흡기질환은 물론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스모그가 이달에만 10일이나 베이징을 휘감았다. 경보 발령만 네 차례였다. 1949년 중국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1952년 런던의 스모그 악몽을 떠올리는 시각도 많다. 그해 12월 5~9일 런던에서는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해 1만2000여 명이 호흡기 등 각종 질환으로 숨졌다. 런던은 1956년 세계 최초로 공기오염방지법을 시행했고 20여 년이 지난 75년 이후에나 스모그에서 벗어났다.

 베이징은 환경을 무시하고 발전만 추구한 탓에 스모그 발생 조건을 두루 갖췄다. 우선 오염물질 방출이 엄청나다. 자동차는 지난해 말 현재 520만 대다. 서울보다 100여만 대 이상 많다. 특히 매연 배출이 많은 트럭과 버스 등이 많다. 선진국 도시보다 가스 배출량이 세 배 이상 많다. 게다가 베이징 외곽에선 아직도 석탄 난방을 하기 때문에 이산화황 배출이 많다. 이런 오염물질은 베이징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다 시내에 고층빌딩이 많아 바람이 불어도 분산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중국 과학원과 베이징대, 칭화(淸華)대의 대기 관련 전문가들이 28일 올 춘절(春節·설날) 때 베이징에서 폭죽을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매년 춘절 때 폭죽을 터트려 잡신을 물리치는 풍속이 있다. 지난해 춘절 직후 베이징 시에서 측정한 결과 공기 오염도가 PM 2.5 기준으로 1593㎍/㎥에 달했다. 야외생활 기준치보다 무려 16배나 높은 수치다. 베이징 정부도 올해 배기가스 배출이 많은 구형자동차 18만 대를 폐차시키고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베이징시내 450개 기업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먼지 발생이 많은 시멘트와 레미콘 공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석탄을 사용하는 공장의 1600개 대형 보일러도 가스 보일러로 대체하거나 없애기로 했다.

 왕겅천(王庚辰)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은 “인공강우 등을 통한 스모그 제거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정책을 세우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방법 외에 묘안은 없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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