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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표에 끼워준 여행사 경품 사기, 극장도 책임”

회사원 명모(46)씨는 지난해 롯데시네마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여행사 레이디투어의 경품에 당첨됐다. 제세공과금 9만6800원을 냈지만 결국 여행은 가지 못했다. 명씨는 “여행사와 영화관의 공동 이벤트였기 때문에 영화관에도 여행사의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조정 신청을 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9일 “이미 폐업한 여행사 대신 롯데시네마가 전액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경품 이벤트를 직접 진행하지 않은 공동 주최 측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명씨는 아직 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위원회의 결정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시네마는 “이벤트에 개입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며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이디투어가 영화관·편의점 등과 제휴해 벌인 경품 이벤트 피해자는 인터넷 카페 회원만 2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구제받으려면 이번 결정을 근거로 롯데시네마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울산에 사는 명씨의 이야기를 전화로 직접 들어봤다. 사투리까지 그대로 옮겼다.

 “제주도 2박3일 렌터카하고 숙박권 당첨됐을 때는 진짜로 좋았습니더. ‘세상에 나도 이런 게 다 되는구나’ 싶데예. 평생 첫 행운인데 취소될까 봐 겁나서 당장 다음날 제세공과금 9만6800원 입금했습니다. 집사람한테는 깜짝 선물 하려고 비밀로 하고요. 그런데 여행 예약을 하려니까 여행사가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몇 달 만에 겨우 연결됐는데 ‘항공권을 먼저 예약해야 된다’는 둥 자꾸 미루더라고요. 나중에는 연락이 아예 안 돼요. 친척이 ‘아무래도 사기 같다’고 해서 알아보니까 저 같은 피해자가 수두룩하더라고요. 소비자원에 뒤늦게 피해 접수를 했습니더. 원래 그 가격에 팔던 싸구려 상품인데 경품 당첨된 것처럼 속여서 지난해 5월 공정위에서 과징금 받았다고 하네요. 애초에 경품 자체가 사기였네요. 이번에 위원회에서 롯데시네마가 배상하라고 결정해도 안 받아들이면 끝이라면서요. 제가 법은 잘 모르지만 여행 가려고 한 게 아니고, 그냥 극장에 영화 보러 갔다가 영화표하고 복권을 준 건데 영화관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닙니꺼. 극장 직원이 복권을 직접 줬거든요. 법원에 소액심판 청구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더. 그런데예, 직장에 휴가 내고 법원 들락거리는 게 사실 얼마나 힘듭니꺼. 비용이 10만원보다 더 들겠더라고예. 포기해야지 우짜겠습니꺼. 내 같은 피해자가 하나둘이 아니던데…. 남들이라도 이런 피해 보지 말라고 꼭 좀 알려주이소.”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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