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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 타는 헌재 … 재판관 나눠먹기식 인선 말아야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헌법재판소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무총리와 헌재소장, 검찰총장 등 행정부와 사법기관, 검찰청의 수장(首長) 인선 과정에 헌재 관련 인사들이 얽혀들어가면서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헌재소장 출신인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까지 부른 적격성 논란,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인사검증 동의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헌재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헌재는 1988년 출범 이후 우리 사회 갈등의 최종 해결기관이자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해 왔다. 동성동본 결혼금지 민법조항 위헌 결정(1997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및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2004년), 사형제 합헌 결정(2010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전선거운동 합헌 결정(2011년) 등을 통해 갈등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헌재소장, 헌법재판관 인선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자주 격돌하면서 헌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코드 인사 공세 끝에 낙마했다. 현 정부에선 지난해 2월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헌재는 14개월 동안이나 재판관 공석 사태를 겪었다. 헌재의 위기가 정치권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 현행 헌법재판관 선출방식은 여야 정치권의 나눠먹기로 이뤄질 소지가 크고 대법관 탈락자에 대한 인사 방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재소장과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의 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치열한 정쟁(政爭)이 빚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그동안 헌재를 장악하기 위해 여야가 벌여온 정쟁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대법관·헌재재판관 등 사법부 고위직을 마지막 직책으로 여기지 않고 정치권과 행정부를 기웃거리는 일부 구성원들의 행태가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행정부의 정책에 가장 많은 제동을 거는 게 헌재인데, 헌재 출신이 행정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면 국민이 헌재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따라 헌재소장 임명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지난해 12월 퇴임하면서 유럽 헌법재판소들의 재판관 호선(互選) 방식이나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의회 선출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마찰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헌법재판 선진국인 독일의 연방헌법재판관은 전원 의회가 선출한다.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을 뽑기 위해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종섭 교수는 “ 헌재소장은 3년마다 재판관 중에서 추첨을 통해 정하고 헌법재판관 임기를 9년으로 해 3년에 한 번씩 3분의 1을 교체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헌법재판관이든, 대법관이든 이후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최종심리를 하게 되면 권력분립 원칙과 국가의 기본 운영원칙이 흔들린다”며 “지금부터라도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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