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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월극장 → CJ토월극장 … 두 글자 덧붙이는 데 150억원

CJ토월극장 ● 사용 기간 20년 ● 후원 액수 150억원
‘연출자에겐 천국, 기획자에겐 지옥 같은 극장-.’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따라 붙는 수식어였다. 주로 연극을 공연하는 곳이다. 무대 공간이 넓어 연출자의 의도를 구현하는 데는 최적이었지만, 좌석은 670석(사석 제외한 실제 좌석은 450석)에 그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다.

 이 토월극장이 1년 6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1000석의 중대형 극장으로 거듭났다. 좌석수만 늘인 게 아니라 무대 전환, 음향 성능, 오케스트라 피트 등도 첨단 시설로 바꿨다. 리모델링 비용은 270여억원. 100억원은 문화부 예산, 20억원은 예술의전당 자체 경비로 충당했고 나머지 150억원은 CJ그룹의 후원을 받았다.

 그렇다면 CJ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토월극장 앞에 회사이름 CJ를 달아 ‘CJ토월극장’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른바 ‘네이밍 스폰서’(Naming Sponsor·명칭 후원)다. 15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의 명칭 후원금이다. 이는 적절한 액수일까, 아니면 과다한 걸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삼성카드홀 ● 5년 ● 100억원
 ◆국립극장에서 시작=국내에 ‘네이밍 스폰서’ 개념이 본격 등장한 건 2008년이다. 국립극장이 야외공연장인 하늘극장을 리모델링하면서 35억원을 썼는데, 국민은행이 그 비용을 댔다. ‘KB청소년 하늘극장’으로 간판을 걸었다. 따로 기간을 명기하지 않은 채 “기업의 순수한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명목이 컸다.

 과학적인 분석이 도입된 건 2009년이었다. 서울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이 복합문화공간 ‘우리금융아트홀’으로 바뀌면서 우리금융지주로부터 30억원을 받았다. 대신 사용 기간을 20년으로 한정시켰다. 1년에 1억5000만원의 명칭 사용료를 받은 셈이었다.

 일부에선 너무 적은 액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극장 측은 “좌석 수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는 20년간 62억원인데, 이를 일시불 비용으로 환산하면 3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명칭 후원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한 국내 실정에선 물꼬를 튼 셈이었다.

KB하늘청소년극장 ● 기간 명시 없음 ● 35억원
 이후 네이밍 스폰서는 빠르게 확산됐다. 새로 건립된 공연장은 대부분 명칭 후원을 받고 있다.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5억원(1년), IBK챔버홀 45억원(20년) 등이다.

 특히 2011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블루스퀘어는 1700여 석의 뮤지컬 극장(삼성전자홀)과 1400여 석의 콘서트장(삼성카드홀)의 명칭 사용권(5년)을 내주면서 삼성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 수치상으론 한 극장당 1년에 10억원의 사용료를 받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공연된 ‘엘리자벳’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 운영권도 얻어=네이밍 스폰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대기업이 돈으로 예술까지 장악한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해외에선 ‘명칭 후원금’으로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게 일반화됐다. 특히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에 돈이 몰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코닥 극장, 노키아 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프로풋볼 휴스턴 텍슨스의 릴라이언트 스타디움(1년 115억원),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티즌 뱅크 파크(1년 26억원) 등도 장기 계약돼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 투자해온 CJ는 이번에 단순히 명칭 사용권만 얻은 게 아니다. 1년 중 3개월(비수기)간의 극장 운영권도 확보했다. CJ가 기획한 뮤지컬·연극 등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네이밍 스폰서의 또 다른 진화인 셈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문화와 경제의 결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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