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기고] 특정 질환보다 저소득층 지원이 우선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
암·뇌졸중·심장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1, 2, 3위의 질환으로 2011년 전체 사망의 47%를 차지한다. 의료비도 상대적으로 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내세운 게 이런 이유일 것이다. 최근 열린 인수위 토론회에서 2014년 이후 비급여(비보험)를 보험으로 전환하고 보험적용 기준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4대 중증질환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만성신장질환·간질환 등으로 연간 50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사람도 많다.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만 높이면 다른 병에 걸려 고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사람들은 어떡해야 할까. 게다가 조기 위암 같은 암은 내시경 절제술만으로 완치되므로 진료비 부담이 20만원도 채 안 된다. 이것은 100% 보장하고 수백만원이 드는 간질환은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

 100% 보장도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인수위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모든 항암제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새로 개발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항암제를 건강보험이 커버하게 될 것이다. 신규 항암제가 1년가량 생명을 연장하고, 여기에 1억~2억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보 재원은 한정돼 있다. 이 돈을 다른 건강 분야에 투자하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고가 항암제에 보험을 적용하는 게 과연 정의에 부합할까.

 또 진료비를 100% 보장하면 의료 이용이 급증하면서 도덕적 해이가 생길 게 뻔하다.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100%로 올리는 데 연간 2조원이 들지만 도덕적 해이로 5조3000억원이 더 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중 국가나 사회가 담당하는 부분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에 크게 못 미친다. 이보다 심각한 지표는 의료비를 ‘재난적’으로 부담하는 가구의 비율이다. 가처분소득 중 의료비 지출 비율이 40%를 넘으면 재난적 의료비라고 하는데, 한국은 3%가 이에 해당한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0.5%다. 재난적 의료비는 가처분소득이 적은 가구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 소득 하위 20% 이하에서는 13%가 경험하지만 상위 20% 이상에서는 0.2%에 불과하다.

 따라서 4대 중증질환이라는 특정 질병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책을 저소득층의 진료비를 전반적으로 줄여주는 쪽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 이것이 의료비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 취지에도 맞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