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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근혜 정부서 장관 하려면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지난 대선 때 인기를 끈 박영선 의원 패러디란 게 있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 화면을 편집한 것이다. 당시 그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를 향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질타했다. 이때의 동영상에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고치고, 사진을 문재인 후보로 바꾸니 뜻밖의 장면이 연출된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박 의원이 문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을 꾸짖으며 “즉각 사퇴하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박 의원님, 역지사지(易地思之) 좀 하세요”라고 꼬집었다. 한 인물을 특정 잣대로만 재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도 한 인물의 적합도를 일도양단(一刀兩斷) 가려야 하는 위험천만한 과정이다. 이 가혹한 심판대에 오를 후보는 어떤 검증을 받을까. 2007년 문태곤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3회 연재물을 올렸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 4년간 2만 명의 인사를 검증하며 만들어진 기준이 소개돼 있다.

 ①부동산=비거주 주택 다수 보유, 비연고 토지 구입, 잦은 부동산 거래 등 ②병역·국적=아들의 미국 시민권이 병역 면제와 관련 있는지가 포인트 ③이해 충돌=스톡옵션, 사외이사나 로펌 재직 등 ④탈세·전과=국민연금 가입 지연같이 사소해 보여도 고의성 살펴야 ⑤교수=연구비 이중 수령, 논문 표절….

 이렇게 체계적인 검증 매뉴얼이 있지만 종종 사고가 난다. 특히 집권 초가 위험하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조각(組閣) 때 발생한 연쇄 사퇴 파동을 보자. 불법 농지 취득, 자녀 국적 등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심지어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후보도 나왔다. 당시 제대로 한 건 전과 체크뿐이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10여 년의 인사청문회가 한껏 높여 놓은 국민의 눈높이가 인사에서 별로 감안되지 않은 것이다. 대선 압승에 고무된 지나친 자신감이 빚은 결과였다. 이후 검증은 강화됐지만, 이때 찍힌 ‘강부자 정권’ 낙인은 내내 부담이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어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파문을 보면서 묘하게 5년 전의 인사 파동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노파심 탓이었으면 좋겠다.

 올해로 13년째인 인사청문회는 좋게 말하면 정교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가혹해졌다. 문태곤 전 비서관은 “우리 미래 세대의 도덕 기준이 되고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동의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는 사람이 이동흡 청문회를 보며 특정업무추진비를 개인 경비로 쓰면 안 된다는 점을 느낀다면 그 교육적 효과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딱 하나, 검증의 의미만은 다시 한번 새겨보자. 검증을 의미하는 ‘screen’은 (불순물을 거르는) ‘체’란 의미다. ‘방충망’이란 뜻도 된다. 방충망 간격이 너무 넓어 해충이 들어와도 안 되지만, 너무 좁아 시원한 바람마저 막아버린다면 그것도 문제다. 인물의 흠결을 찾아내는 소극적 검증 못지않게 능력을 가리는 적극적 검증에도 소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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