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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북한 핵, 답은 베이징에 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2월 상하이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만나 일본에는 자주적인 핵억지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밀약’했다. 그때 중국은 최초의 핵실험(74년)을 준비 중이었다. 닉슨·저우 ‘밀약’으로 중국은 주변 눈치 살필 필요 없이 핵 개발에 매진하여 “우리는 바지를 못 입어도 핵무기는 만들겠다”던 외교부장 천이(陳毅)의 꿈은 이루어졌다. 중국은 이제 가공할 핵 전력을 가지고 아시아 질서를 중화 중심으로 개편하려고 한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일본에는 자주적인 핵 보유가 불가피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소수의 의견이지만 놀랍게도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케네스 월츠 같은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와 핵전략이론가들도 일본의 자주적인 핵 보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현실주의(Realist) 외교의 이론가들인 그들은 중국이 2030년 무렵까지 탄도미사일 체계와 핵탄두와 우주의 군사적인 이용에서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 오르거나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일본이 균형추로 21세기형 자주방위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자주적인 핵 보유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이 실감 나게 대두되기 전이다. 그것은 중국만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미국의 핵우산과 미사일방어망(MD)이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일본의 안전을 보장해줄 충분한 장치가 되지 않는다는 불안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가 실현 직전까지 온 지금 일본의 위기의식은 심각의 도를 높여만 간다. 역설적으로 일본의 이런 위기감이 바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야망 견제에 중국을 동원할 기회가 되어준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의 제재결의안에 중국이 찬성한 배경에도 북한 핵무장이 일본의 핵 보유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가 핵 군비 경쟁의 무대가 되면 미국을 밀어내고 이 지역에 중화 질서를 세우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신기루로 끝난다.

 그래서 북핵의 답은 베이징에 있다. 북한은 대외무역의 90% 정도를 중국을 상대로 한다. 원유 90%와 식량 20% 이상도 중국에서 들여온다. 한마디로 중국은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다. 중국에는 그 정도의 대북 영향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치는 도발 행위를 하지 말라, 핵·미사일 개발을 자제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 이유는 중국이 전략적인 계산 때문에 북한을 벼랑 끝까지는 몰아가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일정한 한계 안에서만 북한에 압력을 행사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답답하지만 사실이다.

 한걸음만 더 나가면 핵국가의 지위를 얻는다는 꿈에 부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시기는 스스로 핵 보유국이라고 자신하고 그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간을 벌어야 할 때다. 제재 강화와 강경론만 가지고는 문제를 키울 뿐 해결하지 못한다. 미국과 공조하여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회유·설득하도록 등을 떠밀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의 중국 포위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핵 보유를 전제로 장기적인 전략도 함께 세워야 한다. 한·미·중이 함께 한반도 평화 체제 실현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책을 세우고, 러시아와 일본까지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를 만들어 북한이 지역의 질서를 교란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 그 핵심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해 버리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의 기본 틀은 첫걸음도 내딛기 전에 좌초하고 계속되는 남북 관계의 동결 속에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선하고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상당 수준까지 이루어낼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국방군 창설을 포함한 자주방위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하는 아베 신조의 자민당 정부를 크게 고무할 것이다. 그리하여 동북아에 핵 군비 경쟁이 본격화하고 한국은 미사일방어망 참가를 포함한 한·미·일 방어협력망에 강제 편입되고 한·중 관계 긴장으로 한국은 옹색한 안보 환경에서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협상 카드라는 인식은 절반만 맞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다음에 이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질 때 대화에 응할 것이지만 중국은 경제 카드로 북한의 그런 여유를 박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북한 백성들이 핵·미사일에 열광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배고픈 그들의 불만이 쌓이면 김정은도 핵·미사일 개발에 돈을 쏟아붓는 정책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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