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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가방 든 노란조끼男, 옷가게 들어가서는…

서울 암사동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 사장(가운데)이 28일 강동신협 직원들에게 일수금을 건네고 있다. [오종택 기자]


28일 오후 서울 암사동의 한 성인의류 매장. 노란 유니폼 조끼 위에 검은색 일수(日收) 가방을 맨 강동신협 직원들이 인사를 건네며 들어오자 최모 사장이 “미리 준비해놨지”라고 웃으며 이날 일수금 7만1000원을 건넸다. 돈을 받은 직원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모바일뱅킹을 통해 입금 처리를 하고 휴대용 결제단말기로 영수증을 출력해 건넨 뒤 다른 점포로 향했다. 최 사장은 10개월 전 연 13% 금리로 2000만원의 300일 만기 신협 일일상환대출(일수대출)을 받은 뒤 원금·이자를 하루 단위로 쪼개 갚고 있다. 그는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든 탓에 매달 목돈을 갚아야 하는 신용대출은 빌릴 엄두가 안 났다. 금리는 좀 비싸도 매일 조금씩 갚아 부담이 적은 일숫돈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처럼 신협 일수를 쓰는 상인은 암사동 일대에만 250여 명. 대부분 소규모 음식점·의류매장이나 노점을 하는 상인들이다. 강동신협의 전성익 차장은 “요즘 들어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며 일수대출을 요청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정된 재원에서 누구를 먼저 해줘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불법 사채업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수대출이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집중단속으로 연 100~300%의 고금리를 받는 불법 일수대출이 수그러들자 상호금융과 시중은행이 일수대출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은행권의 지난해 말 일수대출 총액은 1658억원으로 2011년의 675억원보다 2.5배 늘었다.


연 17~18%의 금리를 받는 상호금융은 특유의 지역 밀착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연평균 8.1%의 ‘DGB 희망 일수대출’을 내놔 대구 지역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39억원을 대출했다. 수요가 많다고 판단하자 대형 은행인 외환은행도 일수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은행은 지난해 9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매일매일 부자대출’을 연 6.5%에 내놓은 뒤 출시 4개월 만에 920억원을 대출했다.

일수대출의 최대 장점은 갚을 때 목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사시장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며 1000만원의 일수를 쓴 김모(49)씨는 “매일 10만~20만원 생기는 매상 중 일부를 대출금 갚는 데 쓰고 있다”고 전했다. 간편하고 빠른 대출 심사는 또 다른 장점이다. 신분증·주민등록등본·매출 장부만 제출하면 되고, 신청 후 하루 이틀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길동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햇살론 대출도 생각해봤지만 당장 내일 물품대금 결제할 돈이 없는데 한 달씩 기다릴 수 없어 일수대출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대출 수금을 위해 매일 점포를 방문하는 ‘출장 수납’은 상인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상인들로부터 매일 일숫돈을 받고 영수증을 주는 기본 골격은 예전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일수표에 도장을 찍어주던 아날로그 방식이 스마트폰과 휴대용 결제단말기를 활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제도권의 일수대출에도 사각지대는 있다. 대구은행은 신용등급 7등급, 외환은행·새마을금고는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신협은 9, 10등급의 경우 지역 이사장이 책임질 때만 500만원 정도의 소액을 빌려준다. 여기에서 소외된 이들은 법정 최고 금리(연 39%)를 훌쩍 뛰어넘어 연 200~300% 이자를 물리는 불법 고금리 일수대출을 찾는다. 불법 일수꾼들은 지금도 100만원을 대출하면 65일 동안 하루 2만원씩 총 130만원을 갚으면 된다는 식으로 선전한다. 얼핏 이자가 30% 같지만, 연이율로 계산하면 304%의 고금리다.

글=이태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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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