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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 코트서도 밖에서도 서러운 ‘혼혈’

이승준(왼쪽)·이동준 형제 등 하프 코리안 선수들은 아직도 코트 안팎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프로농구에서 혼혈 선수는 활력소다. 타고난 운동 신경과 뛰어난 실력을 앞세워 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군다. 특히 이승준(35·동부)-동준(33·삼성) 형제는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개인기로 인기가 많다. 20년 넘게 외국에서 지냈지만 인터뷰를 한국말로 술술 할 정도로 적응력도 좋다.

 하지만 이들도 코트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획득한 엄연한 한국인으로 한때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이들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코트 밖에서는 외국인 선수나 다름없다. 국내 선수들은 두 선수를 선배로 인정하지 않고 외국인 선수로 여긴다. 욕을 하거나 반말로 ‘트래시 토크(경기 중 자극적인 말로 상대를 괴롭히는 것)’를 한다.

 이승준·동준 형제는 27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차를 몰고 가다 사이드미러로 행인을 쳐 시비가 붙었다. 행인 일행과 말싸움을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군으로 오해를 하고 형제를 둘러쌌다. 형제는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동준은 “내 생일이라 형과 놀다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잘못 은 분명히 있지만 와전된 부분도 있다”며 “미군으로 오해해서 더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형제는 이날 주민등록증을 제시했지만 경찰은 외국인 취급을 하면서 이들의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동준은 마음고생으로 장염까지 앓았다.

 이동준은 20일 잠실에서 열린 KCC전에서도 억울한 일을 당했다. KCC 신인 정희재(24)로부터 ‘개XX’라는 욕을 들었다. 이동준은 정희재를 밀며 발길질하는 시늉을 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당했다. 이동준은 “내가 농구만 하고 한국말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나도 할 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아직까지 나를 한국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니 서운하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동준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연세대 재학 시절에도 출전을 거부당하는 등 수많은 차별을 겪어오며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새 여러 일이 겹치면서 한국에 온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한다.

 이동준은 이승준, 문태종(38·전자랜드), 문태영(35·모비스), 전태풍(33·오리온스)과 달리 혼혈 드래프트가 아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데뷔했다. 연세대에서 한국말을 배우며 누구보다도 한국을 사랑했다. 이동준은 “ 무시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잘 참아지지 않더라”고 했다.

 혼혈 드래프트를 통해 데뷔한 이승준·문태영·문태종·전태풍은 한 팀에서 세 시즌을 채우면 팀을 옮겨야 한다. 지난 시즌 후 KCC를 떠나게 된 전태풍은 “계속 KCC에서 뛰고 싶다. 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다. 이건 디스크리미네이션(차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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