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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획득형질도 유전된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당신이 어릴 때 겪은 영양실조, 커서 피우게 된 담배는 후손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천적으로 획득한 형질이 후손에 전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후성(後成)유전’이라 부른다. 유전자 자체(DNA 염기서열)는 변화가 없지만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에 변화가 생겨 이것이 후손에게 유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2009년 ‘계간 생물학 리뷰’ 여름호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 100여 건을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된 초파리의 후손은 13세대에 걸쳐 눈에서 뻣뻣한 털이 자라났다. 임신한 들쥐를 번식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에 노출시켰더니 그 후손은 대대로 병에 걸려서 태어났다. 스웨덴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대기근의 시기에 사춘기 직전의 몇 년을 보냈던 남성은 손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후성유전은 박테리아·원생생물·곰팡이·식물·동물 등 모든 생물에게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후성유전을 일으키는 대표적 요인은 DNA 메틸화다. 염기서열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CH3:메탄에서 수소 원자 한 개가 빠진 것)가 달라붙는 것이다. 그러면 해당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스위치가 꺼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것이 후손에게 전해질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영향은 모두 지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5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생쥐의 원시생식세포-앞으로 정자와 난자가 될 세포-를 발생 단계별로 추출, 분석했다. 그 결과 메틸기는 세포분열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수산화메틸기로 변하면서 계속 희석되다가 결국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처음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한 메틸화 중 극히 일부(1% 이내)는 이 과정을 피해서 난자나 정자에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후성유전을 실제로 일으킬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분자 수준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두려운 사실은 외부 환경과 생활 습관 모두가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고 켜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영향 중 일부는 1, 2세대 이상 유전될 수도 있다. 건강에 주의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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