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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7년 만의 자격증명, 한 큐레이터의 고집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큐레이터의 합리적인 고용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이 사건은 한 큐레이터와 미술관 관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박물관 제도의 모순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큐레이터협회(회장 윤범모·가천대 교수)가 25일 발표한 성명이다. 문제의 ‘사건’은 김준기(45)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이 전 직장인 사비나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사립미술관협회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지 7년 만에 사건 종결을 맞은 걸 이른다. 김씨는 해고 기간 중의 임금 6500만원도 받게 됐다. 이명옥 관장은 “소규모 비영리기관 운영자로서 노동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미술동네에 적잖은 화제가 됐다. 큐레이터 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장기간 송사가 진행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발단은 이랬다. 미술관 측에서 2년 남짓 근무한 김씨에게 미술관 재정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권유했고, 이어 휴직 기간 중 해고 통보를 했다. 김씨는 해고 석 달 뒤인 2005년 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3년 만에 대법원에서 원직 복직 판결을 받았다. 이후 임금 지급 판결을 이끄는 데 4년이 더 걸렸다.



 7년간 소송에 매달린 김씨가 유별난 걸까. 한국큐레이터협회의 실태조사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큐레이터는 37.7세에 경력 6.6년차, 70%가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다. 2009년도 수치지만 이곳의 실태를 보여주는 유일한 집계이기에 인용한다. 경륜과 학위를 요구하는 이 직종의 처우는 예상 밖이다. 평균 연봉 2732만원, 70%가 비정규직이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동종직업인 기록보관원·사서 등의 조사 당시 평균 연봉인 4020만원을 한참 밑돈다. 특히 사립미술관 큐레이터의 평균 연봉은 2000만원 남짓. 사립미술관의 63%에는 성과급도 없다. ‘미술관의 꽃’이라 불리는 큐레이터의 현실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매년 전국 200여 미술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은 3만여 명. 대학원이나 유학파까지 합하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 중 상당수가 미술가·큐레이터·디자이너 등 미술 관련 직종을 희망한다. 이토록 신진 인력이 ‘과다공급’되는 미술계에서 저임금 비정규직은 사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문화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지가 어디 미술계뿐이냐고 반박하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국공립 미술관은 예산을, 사립미술관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큐레이터에 대한 처우 보조금도 포함된다. 콘텐트 기획자인 큐레이터의 불안한 신분은 결국 문화소비자인 우리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세금을 내고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립·사립을 떠나 미술관 측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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