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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머리 좋고 게으른’ ‘머리 좋고 부지런한’ 김용준 후보자는 어떤 유형일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히틀러와 나치 체제에 단호히 반대했던 독일의 귀족 장군 쿠르트 폰 함머슈타인-에크보르트(1878~1943)는 독일군 장교를 네 그룹으로 나누어 파악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군대를 벗어나 모든 조직에 통용될 수 있는 분류이기 때문이다. 먼저 머리 좋고 부지런한 장교. 군단·사단 등 상급 부대의 참모로 적합하다. 다음은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 군대 내에서 90%를 차지하는 이들에겐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일을 시키면 된다. 반면 머리 좋고 게으른 사람은 최고위 지휘관 임무에 적합하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지적 명징성과 침착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할 대상은 어리석고 부지런한 이들이다. 매사를 재앙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어떤 일도 맡겨선 안 된다.



 역대 국무총리를 이런 기준으로 나누어 본 이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정계 입문 전 20여 년의 공직생활 중 15년을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다. 제5공화국 진의종부터 김대중 정부의 박태준까지 15년간 18명의 총리를 모셨다. 그가 ‘똑똑하고 게으른’ 유형으로 꼽은 총리는 이홍구·이수성·김종필씨다. 아랫사람들이 제일 반기는 타입이었다. 다음으로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형은 노재봉·강영훈·이회창·박태준씨. 이 중 박태준씨가 단연 부지런했다. 정 의원은 ‘어리석고~’로 시작하는 나머지 두 유형은 언급을 삼갔다. 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했을 것이다. 정부의 연구용역과 관련해 공무원인 자신에게 뇌물 500만원을 건네려고 시도했던 명문대 교수가 나중에 총리로 임명되는 바람에 직속 상사로 모셔야 했던 씁쓸한 경험도 털어놓았다(정두언,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지명되기에 앞서 온갖 하마평이 오가던 즈음, 지인들과 잡담하는 자리에서 “현 김황식 총리를 다시 지명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전례 없는 파천황(破天荒)이지만 모두들 괜찮은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김 총리의 이미지가 좋고 일을 잘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아무 잡음 없이 국정 구석구석을 챙겨 온 김 총리는 새 정부 출범까지 2년5개월 가까이 재직함으로써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게 확실하다.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김용준 총리는 나중에 어떤 유형으로 자리매김될까. 역대 최고령(75세) 총리인 만큼 부지런하기엔 육체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수한 두뇌야 이미 자타가 공인하니 똑똑하고 게으른 총리로 일해주시면 좋겠다. 2000년 총선에서 떨어진 뒤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를 쓴 정두언 의원은 3선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며칠 전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새삼 공직의 무게와 공직자 처신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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