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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는 돈 떼먹고 노조는 운영비 챙겨 ‘노사 커넥션’

인천시 서구의 택시회사 A사는 2009년부터 3년간 부가가치세 환급금(이하 환급금) 1억8900만여원을 기사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회사는 이 중 3200만여원을 노조에 운영비로 주고 나머지는 설 선물, 운전복 구입 등 그동안 원래 사측이 비용을 부담하던 일에 썼다. 사전에 업주와 노조가 합의서를 주고받아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박순영 사무국장은 “환급금을 임금에 끼워넣는 업주의 편법을 막으려고 사측과 합의한 것뿐”이라며 “이 돈은 노조원의 복지비로 썼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처럼 노사 합의로 환급금을 나누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7월 환급금 사용지침을 개정해 택시기사 개개인에게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 지침 개정 이전에도 업주가 부담할 비용이나 노조 운영비 등으로 환급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택시업계 ‘불법의 고리’ 실태
“명절·휴가철 수년째 상납”
공무원·업계 유착 의혹도



 ◆환급금 준다며 기본급 줄이기도=일부 회사는 단속에 대비해 월급명세서에 환급금 항목을 만들면서 기본급을 환급 액수만큼 줄이는 수법을 쓴다. 인천시 남구 B사는 2011년 4월부터 기존에 55만5000원이었던 기본급을 50만원으로 줄이고 5만원을 환급금으로 줬다. 업주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환급금을 고스란히 챙긴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임금은 노동의 대가인 반면 환급금은 세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인 만큼 환급금을 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법 도급기사를 이용해 환급금을 빼돌리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 C사는 불법 도급기사를 고용해 2009년부터 2년간 2억3000만원의 환급금을 챙겼다. C사 경리직원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수사 과정에서 “환급금을 빼돌리기 위해 정식 기사 수를 부풀려 장부를 만들어 온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공무원-업주-노조 부패 고리=지자체는 환급금, 유가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 청구내역을 철저히 심사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소홀해 환급금 빼돌리기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일각에서 담당 공무원과 택시업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인천의 한 택시노조 관계자는 “명절·휴가철이면 사업조합이 업주들로부터 200만원씩 걷어 담당 공무원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수년째 상납해 왔다는 얘기를 경리 직원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부도덕한 업주, 감독에 소홀한 공무원, 근로자 이익을 외면한 일부 노조 간의 삼각 고리가 택시 부패의 주범이라는 비판이다.



 L당 200여원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유가보조금 부당 지급 비리도 심각하다. 업주의 유류보조금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는 2008년 ‘유류구매카드제’를 도입했다. 전용카드로만 유류를 구입하게 하면 유류 구매 부풀리기가 쉽지 않아 보조금 부당지원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업주는 불법 도급기사들에게도 이 카드를 지급해 세금 보조를 받고 있다. 정식 기사들이 스스로 부담한 유류비에 대한 보조금을 회사가 가로채는 일도 빈번하다. 택시 운행에 하루(12시간 기준) 평균 40L 안팎의 유류가 들지만 대부분 회사는 25L까지만 유류비를 지원한다. 기사 개인이 부담한 15L에 대한 보조금은 한 달(26일 근무 기준)이면 8만6000원, 1년이면 103만4000원에 이른다. 서울 양천구의 D사는 기사 50여 명이 부담한 유류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2011년 5100만여원을 챙겼다.



 ◆근무일수 줄여 매출 누락 도=매출을 크게 줄여 세금을 탈루하는 일도 다반사다. 취재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E사에 근무한 기사 L씨는 2009~2011년 매달 26일 근무를 빠짐없이 채워 934일을 근무했다. 하지만 회사 서류엔 675일만 일한 것으로 돼 있었다. 259일만큼 L씨가 올린 매출이 누락된 셈이다.



현금 매출을 누락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회사의 배차부장은 “승객이 카드로 결제한 금액에 현금 일부만을 더해 매출 신고를 한다”며 “전체 매출액의 40~50%까지 누락시키는 게 관행화돼 있다”고 말했다. 4대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사들을 관할 기관에 신고·등록하지 않다 보니 ‘유령 기사’가 양산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2002~2011년 대전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한 이모(54)씨는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 위해 경력증명서가 필요했지만 뗄 수 없었다. 업체나 지자체 어디에도 자신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리 근절 위해 처벌 강화해야=택시업계의 환급금 빼돌리기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대안이 검토된 바 있다. 민주통합당 박병석 국회 부의장은 국세청이 법인이 아닌 택시기사에게 환급금을 직접 주는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011, 2012년 연속해서 발의했다. 하지만 매번 소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 김용석 대중교통과장은 “부가세 환급금이나 유가보조금을 횡령한 업주에 대해 감차(減車)나 사업면허 취소 등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탐사팀=고성표·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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