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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 女論] 제주도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대학 교수
“천 길 만 길 되는 바다 물을 뚫고 들어가 그 밑에 깔린 바위에서 밥거리를 찾아내는 이가 해녀이다. 제주도 방면은 물론이려니와 생복이나 고동이 잡히는 해안 방면을 다녀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러한 잠수의 직업을 가진 노동부인을 보았을 것이다. 해녀는 이목구비나 사지육신이 육지에 사는 보통여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건마는 대하는 사람에게는 흔히 어떤 특수한 인상을 남긴다.”(‘여인국순례-제주도 해녀’, 『삼천리』, 1929.6)

 제주도의 바다에 들러보면 종종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고만 있어도 아찔한 깊은 바다 물속에 믿기지 않을 만큼 오래 들어갔다가 해산물을 한 움큼 안고 솟구쳐 올라오는 그녀들의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1920~30년대에도 제주도에 들른 뭍의 문인들은 가장 인상 깊은 기억에서 해녀들을 빼놓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 해녀들이 물 밖에서도 자신들의 강인한 의지와 체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으니 1930년대 해녀투쟁이 그것이다. 192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있어왔던 해녀들의 투쟁은 해산물 가격 사정, 등급 검사, 해녀조합의 부정 비리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1930년대에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1930년 9월 성산포산 석화채의 수매 문제로 시작된 해녀투쟁은 1931년 말 하도리 해녀들에 의해 본격화됐고 1932년 1월 하도리에서 세화시장까지 행렬을 이어가는 대중적 시위운동으로 확산됐다. 결국 일제도 이들의 강력한 요구를 부분적으로나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 투쟁은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어민투쟁 중에서 최대 규모였고 최대의 여성투쟁이었다고 한다.

 방학이나 연휴 기간을 이용해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 제주도에서 들러보아야 할 곳이 어디 한두 군데뿐일까마는 관광명소, 유명 맛집, 예쁜 카페를 들르는 도중에 이런 에너지 가득한 역사의 흔적을 쫓아가 보는 것도 ‘재충전’에 좋을 것 같다.

 120회에 걸쳐 지금-여기와 과거-조선의 여성들을 ‘접속’시키는 일은 무척 뜻깊은 작업이었다. 거의 100년의 시간차에도 둘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었다. 자료 조사를 하고 글을 쓰면서 때론 놀랍기도 했고 때론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에 갑갑했다. 그러나 더 자주 과거 우리 ‘선배’들의 ‘고군분투’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그동안 ‘여론女論’을 읽어준 독자들도 그런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를. 때론 흥미로워하고, 때론 분노하며, 그러나 더 자주 위로받았기를.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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