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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복지부 장관을 민주당에 넘겨라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당나라 ‘현무문의 변’은 왕자의 난이다. 훗날 당 태종이 된 이세민이 형(이건성·당시 황태자)과 아우(이원길)를 제거한 사건이다. 거사 며칠 후 태자로 책봉된 이세민은 이건성의 최측근 위징을 엄하게 나무란다.



 “그대는 왜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했나.”



 “만약 이전의 태자(이건성을 지칭)께서 제 말을 들었다면 분명 오늘과 같은 화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위징은 태연했다. 주군으로 모신 이건성이 “이세민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자신의 간언을 듣지 않은 상황을 한탄했다. 배석자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세민은 더 심문하지 않고 그를 깍듯하게 대했다. 위징의 정확한 정세판단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이세민은 골칫거리이던 하북을 위징이 정벌하게 했고 위징은 정복 후 이건성 세력을 풀어줬다. 당 태종의 천하화합 정치의 시작이었다. 위징은 훗날 재상에까지 오르며 ‘정관의 치’(광명정대함을 뜻하며 당 태종의 위민정치에 대한 역사의 찬사)를 완성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위징의 중용은 정관의 치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이상은 멍셴스의 『정관의 치, 위대한 정치의 시대』(에버리치홀딩스)에 나오는 얘기다.



 세종대왕도 반대파를 중용했다. 세종은 박은·황희·조말생 등 반대파를 등용했다. 박은은 세종의 장인을 죽이는 데 앞장선 ‘중전의 원수’였고, 황희는 세종의 세자책봉을 끝까지 반대하다 귀양 간 정적이다. 황희는 요직을 맡아 18년간 국정을 총괄하며 세종을 보필했다(중앙일보 발행 『이코노미스트』 1160호, 김준태의 왕의 결단 19편).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출신의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에 기용해 화제가 됐다. 5년 전 1기 내각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다. ‘적과의 동침(Team of Rivals)’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에 지명한 뒤 초대 내각의 장관을 찾느라 여념이 없을 게다. 일부는 벌써 정했을 수도 있다. 세종처럼 반대파를 염두에 둘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합한 자리가 있다. 복지부 장관이다.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 내부 반대파가 아니라 민주통합당에 복지부 장관을 넘기는 게다. 명분은 많다.



 박 당선인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은 구분이 잘 안 된다. 방법론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의료공약을 보면 당선인은 암·심장병 등 4대 중증질환이 중심이고, 문 후보는 질병에 관계없이 연 100만원으로 진료비를 제한하는 것이다. 의료비로 인한 파산을 막자는 취지는 같다.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문 후보는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려는 공약도 유사하다.



 무상보육,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박근혜 정책 지킴이’를 자처하려는 것도 아마 공약이 유사하기 때문일 거다.



 민주당이 복지부 장관을 맡으면 이점이 많다. 새 정부와 민주당이 머리를 맞대고 처음부터 공약 이행 방안을 짠다고 상상해보자. 그렇게 만든 법률안과 예산안을 국회에 가져가면 협조받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더 좋은 점은 이거다. 복지를 이행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의 수많은 난관에 부닥친다. 이런 걸 공유하면 알찬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박 당선인 측 인사가 복지부 장관이 된다면 “방향을 좀 바꾸겠습니다” “한 발 물러서렵니다”라고 말하기 힘들 게다. 민주당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민주당 복지부 장관이라면 부담이 덜할 것이다. 민주당 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부담 없이 “노”라고 말할 수 있다. 청문회 통과가 쉬워지는 건 덤으로 오는 이득이다. 민주당한테 복수 후보를 추천받거나 아예 맡기는 방법이 있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강조한다. 백 마디 말보다 민주당 복지부 장관 카드가 효과적이다. 문 후보를 지지한 48%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쉽다. 이 카드가 괜찮다면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환경부 등 다른 복지 관련 장관도 그리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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