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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 5년, 노래로만 먹고 살아요

세상에 좋아서 하는 일만큼 신나는 게 있을까. ‘좋아서 하는 밴드’라는 독특한 이름의 4인조 밴드 멤버들의 일상이 그렇다. 왼쪽부터 조준호(퍼커션)·백가영(베이스)·안복진(아코디언)·손현(기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밥은 먹고 다니냐?” 밴드를 한다는 자식에게 부모님은 늘 걱정스레 물어보신다. 음악이란 배고픈 일, 밥벌이가 되지 못한다는 부모 세대의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좋아서 하는 일로 돈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 창업 리포트 ③ 4인조 ‘좋아서 하는 밴드’
350만원 중고차 한 대로 시작
청계천서 이름도 없이 노래했죠



 4인조 그룹 ‘좋아서 하는 밴드(joaband.ba.ro)’. 조준호(30·퍼커션)·손현(32·기타)·안복진(27·아코디언)·백가영(26·베이스)으로 구성된 그들은 음악만으로 먹고 산다. 밴드 창업의 성공 사례다.



 처음엔 이름도 없었다. 2008년, 뜻 맞는 이들끼리 모여 청계천에서 공연하는데 관객이 밴드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저희 그냥 좋아서 하는 밴드예요.” 사람들이 이름이 참 좋다고 했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겨울엔 돈을 모아 CD를 만들고, 봄·여름·가을엔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하며 CD를 팔았다. 그냥 판 게 아니라, 잘 팔았다.



 “저희가 다른 밴드와 달랐던 건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웠다면 CD를 사주는 게 우리를 도와주는 거다. 이게 우리의 직업이다’라고 말한 거였어요. 안 그러면 관객도 자신의 감동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거든요.”(조준호)



 CD보다 음원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 이들은 CD를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으로 변신시켰다. “한 장에 6000원, 두 장엔 1만원. 거스름돈 모자라니 두 장 사서 선물하세요”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영화제나 대학축제처럼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 판을 벌였다. 그럼에도 마이크나 앰프를 쓰지 않고 어쿠스틱을 고집했다. 다른 거리 공연팀을 배려하는 일종의 상도덕이랄까.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악을 쓰는 순간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 되죠.”(백가영)



 2009년 전국 버스킹을 담은 다큐멘터리 ‘좋아서 만든 영화’가 제천영화음악제에 초청됐다. 2010년에는 사무실에 찾아가 공연을 하는 ‘사무실 구석 콘서트’도 시도했다. 공연장에만 서는 다른 팀보다 수입이 좋았다.



 “편의점 알바 ·학원강사를 하지 않아도, 밴드로만 먹고 살 수 있어요.”(손현)



 물론 그 밑바탕엔 탄탄한 음악이 있었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만 40여 곡. 미니 앨범 2장, 힙합 그룹 ‘택시타라임즈’와 함께 ‘어쿠스틱 힙합’이란 새 장르에 도전한 앨범 ‘반반 프로젝트’에 이어 최근 정규 1집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내놨다. 모두 싱어송라이터라 각자 만든 곡은 각자 부른다. 편곡은 함께한다. 네 사람의 개성이 살아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가수 이적을 떠올리게 하는 조준호의 보이스는 귀에 착착 감기고, 손현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감미롭다. 백가영의 노래는 맑디 맑고, 안복진의 곡은 따사롭다. 타고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각자의 느낌이 살아있다. 무엇보다 가사가 예술이다.



세상에 좋아서 하는 일만큼 신나는 게 있을까. ‘좋아서 하는 밴드’라는 독특한 이름의 4인조 밴드 멤버들의 일상이 그렇다. 왼쪽부터 조준호(퍼커션)·백가영(베이스)·안복진(아코디언)·손현(기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뽀뽀만 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원하는 꿈과는 참 다른 길을 가는 건지’(안복진의 ‘뽀뽀’) ‘길을 잃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떠나네’(백가영의 ‘길을 잃기 위해서’)처럼 여성 멤버들은 감성적인 가사를 쓴다. 남자들은 좀더 직설적이면서 유머러스하다. 9번 트랙에서 손현이 ‘워워워워 샤워를 하지요’라고 하더니 10번 트랙에선 조준호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이 밤 너를 위해서 보일러를 켜겠어(…)가스비에 내 맘은 타들어가도 보일러야 돌아라 후끈후끈’하는 식이다.



 “말 그대로 뽀뽀만 하기에도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요. ‘스킨십 권장송’이라고 써주세요.”(안복진)



 젊음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그들의 밴드 생활 5년에 남은 건 일용할 양식, 그리고 무한긍정이다.





‘좋아밴’ 창업 비용은 … 인디밴드에게 독립자본은 필수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CD를 판매한 돈은 무조건 모아뒀다 다음 앨범 제작비로 쓴다. 공연 수입은 5등분해 멤버 네 명의 몫과 밴드 공금으로 나눈다.



 창업 비용은 따로 들지 않았다. 각자 악기만 들고 거리로 나선 게 2008년 4월이다. 서울 거리 공연 5개월 만에 공용차를 장만할 수 있었다. 16만㎞를 뛴 350만원짜리 중고 스타렉스(2000년식)였다. 그걸 타고 부산영화제로 달려가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중고 스타렉스는 10만㎞를 더 달리고 수명이 다해 최근 폐차시켰다. 이번엔 1800만원짜리 중고 그랜드 스타렉스를 샀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엄청나게 쌓였어요. 이제 타이어에 불 나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아요. 끄면 되지….”(손현)



 지난 1년 정규앨범 제작에 몰두하느라 주머니가 얇아졌다. 3월부터 전주·대전·서울 등을 도는 거리 공연에 다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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