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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4세가 개혁 이끌고 ‘엔저+북미 호조’로 힘 받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지난해 12월 25일 도쿄에서 신형 ‘크라운’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차는 분홍빛 색상뿐 아니라 디자인이 한층 젊어졌다. [블룸버그뉴스]
일본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리콜 파문을 딛고 품질 이미지를 회복, 북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엔저(円低) 효과까지 겹치면서다. 특히 일본 전기전자 업체를 대표하는 소니·샤프가 줄줄이 수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호조라 더 눈길을 끈다.

도요타는 지난해 970만 대(추정치)의 신차를 판매(전년 대비 22% 증가)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929만 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는 엔고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생산 감소를 겪으면서 GM과 독일 폴크스바겐에도 뒤져 3위로 밀렸었다. 도요타의 이런 약진은 미국 시장 판매 회복 때문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 늘었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이 맞물리면서 수익성도 가파르게 회복됐다. 올해 3월 마감하는 2012 회계연도에 1조 엔(약 1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도요타는 달러당 엔화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연간 300억 엔(3450억원)의 환차익을 낼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04∼2007년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30.6%였던 미국시장 점유율을 36.9%로 끌어올린 바 있다. 증권시장도 반긴다.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24%나 올랐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엔저 효과는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 일본 전기전자 업체보다 품질과 브랜드를 확보한 자동차에서 더 큰 이익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는 올해 세계 자동차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대 판매에 도전한다. 올해 생산목표는 전년 대비 소폭(2만 대) 증가한 994만 대로 잡았지만 추가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1000만 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일본 자동차 분석 업체인 ‘포린’은 엔저에 힘입어 1000만 대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영업이익 1조 엔 이상을 기록하며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모노쓰쿠리(물건 잘 만들기)’로 유명했다. 특히 2007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960만 대)에 오르면서 기록한 매출액 26조2892억 엔(약 300조원)과 영업이익 2조2703억 엔(약 26조원)은 자동차 역사상 최대치였다.

생산 확대 증후군 쇄신한 아키오
도요타의 부활은 창업 4세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57) 사장이 이끈다. 59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2009년 사장에 올랐다. 당시 ‘생산 확대 증후군’에 걸린 60대의 노회한 경영진부터 물갈이했다. 지난달 글로벌 해외 생산을 주도한 조 후지오(張富士夫76) 회장을 상담역으로 퇴임시키고 세대 교체를 마무리했다. 대신 공격적인 생산확대에 따른 품질과 디자인 문제를 제기했다가 자회사로 쫓겨났던 50대 임원들을 재기용했다.

이런 아키오의 개혁은 이달 14일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한 소형차 푸리아 컨셉트카의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푸리아는 화려한 LED로 장식한 테일램프가 있는 디자인으로 도요타 이전 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젊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전까지 도요타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며 “푸리아는 아키오 사장의 전략 변경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아키오는 현대차의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신차 디자인 품평회 참석자 숫자를 100여명에서 수십 명으로 크게 줄였다. 사공이 많아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고만고만한 디자인’으로 합의되는 것을 막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사상무급 차량개발 책임자(Chief Engineer)가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특히 그동안 일본 젊은 층에서 지적됐던 ‘도요타=지루한 차’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것은 그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차를 만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강조하고 디자인 개혁을 독려했다. 도요타가 자랑하는 품질 위에 운전하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신차 개발에 중점을 둔 것이다.

리콜로 멍든 품질관리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일본 본사에 집중된 권한을 미국법인 등 해외 지사로 넘겨 리콜 사태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하도록 했다. 아키오는 사장에 오른 지 넉 달 뒤 가속페달 결함을 시작으로 1000만 대가 넘는 리콜 사태를 겪었었다.
 
현대차, 엔저보다 원고가 복병
증권가에서는 올해 '원고-엔저'가 심화되면 현대·기아차의 수출과 해외 판매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판매는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대차는 해외 생산기지가 거의 전무하던 2000년대 초와 지금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2011년부터 해외 생산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 환율 변동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원희(53) 재경본부장은 “올해 연평균 원-달러 예상 환율은 1056원으로 하반기 원고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며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호주·러시아에서는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업체의 공세가 강화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엔저는 점진적으로 일본 자동차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어 현대·기아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기아차는 해외생산뿐만 아니라 현지 부품조달률도 50%가 넘어서 엔저 피해는 10년 전과 확실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두섭 요코하마국립대(경영) 교수는 “자동차는 외부환경보다 자체적인 연구개발·구매·생산이라는 조직능력 구축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조직능력은 이제 도요타와 비슷해져 원고-엔저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남석 중앙대(경영학) 교수도 “현대·기아차는 최근 4년간 원화 약세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려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며 “국내 시장 점유율 80%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체질화된 비용절감으로 일본 업체들의 공세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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