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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개츠비, 허클베리 핀 … 미국의 오늘을 세운 그들

미국 문학은 자유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끊임없이 환기시켜왔다. 대공황시절 가난한 농민 가족의 서부 이주를 그린 영화 『분노의 포도』(존 스타인벡 원작)의 한 장면. [중앙포토]

미국을 만든 책 25
토마스 C 포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RHK, 492쪽
1만7000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주인공 개츠비는 실은 벼락부자이자, 속물이다. 여주인공 데이지도 그렇다. 남자보다 영국제 셔츠를 더 사랑한다는 그는 영락없는 철부지로 그려진다. 1차 대전 직후 정서적 안정감이 결여됐던 1920년대 미국묘사가 작품 속에 썩 리얼하다.

 갱스터, 혼외정사 그리고 질탕한 파티가 펼쳐지는 이 소설은 아메리칸 드림의 부패에 대한 조롱이 맞다. 하지만 신간 『미국을 만든 책 25』의 저자는 현대 미국의 정체성을 형성한 25편 문학서의 하나로 이 책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역시 25권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소설은 미국의 『전쟁과 평화』, 미국의 『레미제라블』이다. 왜? 간단하다.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한다”(204쪽)는 주장이다. 저자는 영문학자인데, 그가 한국문학을 알았다면 『분노의 포도』가 “미국의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했으리라. 1930년대 자기 땅에서 쫓겨난 이주노동자의 깨진 희망과 몰락한 꿈을 다뤘으니까.

 『미국을 만든 책 25』는 현대 미국의 정체성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문학서 25편을 소개한 고급저술이다. ‘위대한 책 리스트’가 300권 정도라면 선정하기에 쉬울 텐데, 딱 25권뿐이니까 자기 주관대로 가겠다는 게 저자의 선언인데, 물론 나름대로 균형을 잘 잡았다. 기준은 이렇다.

 “건국 이후 미국이란 나라의 국가적 스토리를 만든 문학서”가 판단의 잣대이다. 즉 미국적 정신과 가치를 만든 책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실제로 좋은 문학책은 신생국가 미국의 탄생 이래 지속적으로 매혹의 원천이고, “우리가 이 땅에 이 땅에 살아있는 한 계속될 스토리”이다.

 그런 위대한 책 리스트에 저자는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미국시의 원형을 확립한 월터 휘트먼의 시집 『풀잎』을 비롯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허먼 멜빌의 『모비딕』,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뽑았다. 아동물인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작은 아씨들』도 보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램스턴 휴즈의 『피곤한 블루스』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책 전체를 관류하는 문학에 대한 열렬한 신념이다. 이를테면 월터 휘트먼에 대한 찬사는 휘트먼은 물론 문학의 힘에 바쳐진 가장 박력 넘치는 찬사로 기억될 만하다.

 “미국문학은 BW(휘트먼 이전)와 AW(휘트먼 이후)로 구분된다. 휘트먼 이전 미국문학은 몇 년 유행에 뒤떨어진 영국문학처럼 보였다. 그런 휘트먼은 우리에게 미국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쳤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했다. 이 정도면 국민시인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 저자의 눈에 에이허브 선장이 쫓는 거대한 흰 고래를 그린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은 차라리 “미국의 수호성인”(119쪽)이다. 즉 신비한 힘을 연상시키는 흰 고래는 신대륙에 도착했던 건국의 아버지들이 품고 있었던 건국정신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신간에서 눈여겨볼 점은 책갈피에 묻어있는 그런 절절한 애국심이다.

 미국은 독립 이후 글, 즉 문학에 의해 형성돼온 역사라는 게 저자의 선언이다. 특히 독립선언서와 미국헌법은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치·철학적 문서이다. 하지만 이 두 문서에 담긴 미국정신을 구체적으로 형성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 리더십이 아닌 문학서였다.

 미국사회 주류 엘리트 사이의 그런 문화 마인드와 애국주의 코드는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의 죽음’ ‘문학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주의가 대세인 한국 사회에 그건 이례적인 문학 사랑으로 비춰진다. 그 결과 무교양주의와 냉소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는 찾기 힘든 미덕이라서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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