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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총리는 박근혜 당선인 의지에 달렸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어제 지명됐다. 장애를 극복하고 꼿꼿한 법조인으로 봉직한 그에겐 인간승리, 소신판결, 법치주의 등 여러 상징성이 담겨 있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회안전을 확보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도 합치한다. 또 그에겐 통합의 걸림돌이 될 만한 지역 색채나 이념적 편향도 없다.



 그러나 그의 지명을 지켜본 국민들의 표정에선 진한 울림을 읽기 어렵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무난하지만 밋밋하다는 반응이 더 많다. 세종시 시대를 이끌어 갈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가 나왔는데도 탄성과 환호, 흥분과 기대보다는 뜨뜻미지근한 표정들이다. 야당도 유보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 당선인은 어제 그를 지명하면서 “인수위를 합리적으로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지만 그의 조직 장악능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지난 13일 최대석 전 인수위원이 사퇴했을 때 그는 위원장으로서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지 못했다. 또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을 때엔 발표시간을 통제하지 못한 채 승용차 안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박 당선인 다음의 ‘넘버2’ 실세라고 하기엔 어려운 모습들이다.



 그가 국회 동의를 거쳐 취임하면 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명실상부한 책임총리가 돼야 한다. 책임총리란 새로운 제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헌법에 따라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면서 정책 조정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쉽게 말해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강화된 총리다. 대통령의 단순 보좌에 그치면 곤란하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 제동을 걸 수도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밀봉된 봉투를 뜯어 발표하는 깜짝쇼가 장관 인사에도 반복된다면 책임총리 공약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게다가 이미 정부·청와대 조직개편에 따라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외교안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하게 된다. 말이 책임총리이지 실제 업무관할은 사회안전 분야로 한정될 수도 있는 구조다. 이 틀을 넘지 못하면 김 후보자는 책임총리는커녕 세종시의 ‘뒷방 신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런 구조에서 책임총리가 정착하려면 김 후보자 본인도 노력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대로 된 책임총리를 만드는 건 박 당선인의 의지에 달렸다.



 끝으로 발표 직전까지 철통 보안에 부치는 인사 관행 역시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보안도 좋지만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청와대에 인사위원회를 둔다고는 했으나 당선인이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다 결정한다면 위원회가 뭘 하겠는가. 결국 대통령 의중 살피기에 급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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