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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자문서 경영 참여까지 … 사업 리스크 줄여라

지난해 입사한 KT 사내변호사들이 경기도 성남 KT본사 로비에 모여 태블릿PC에 저장된 법률검토 내용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배범준, 김선미, 채유신, 조효정 변호사. [사진 KT]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채유신(40·여·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지난해 KT에 입사해 SI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다. 채 변호사는 1996~2006년 SI(시스템 통합)업체인 대우정보시스템에서 근무하다가 사시 패스 이후 전직했다. KT에 입사한 동기를 묻자 그는 “10년간 SI업체에서 근무한 경험과 업무 노하우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정보통신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내게도 좋고 회사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T 글로벌사업부문에 근무하는 배범준(39) 미국 변호사는 12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다. 공군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을 졸업했고 이후 SK 하이닉스 반도체에 사내변호사로 일했다. 조인트 벤처 설립과 지분 인수 등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배 변호사는 지난해 4월 KT로 전직했다. 현재 국제 법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채·배 변호사를 포함해 KT는 지난해 변호사 5명을 새로 뽑았다. 2010년 이후 매년 5명 이상의 변호사를 채용해 현재 사내변호사가 29명(미국변호사 5명)이다.

검사 출신인 정성복(57) KT 그룹윤리경영실장(부회장)은 “사내변호사는 준법경영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용인되던 사소한 부조리부터 불법행위까지를 망라해 법률적 검토를 하고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KT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법률검토 절차를 필수화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석채(67) 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영인 협회가 주관하는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경쟁의 확산, 글로벌 시장의 확대로 시장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내변호사는 협상에 필요한 논리를 제공하고 시장상황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뿐만 아니라 참신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사업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사내변호사를 확충하고 있는 곳은 KT뿐만이 아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조사 결과 삼성전자(190명), LG그룹(25명), 대우조선해양(23명), 현대중공업(20명) 등이 20명 넘는 변호사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사내변호사들은 약 1000명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1만4000여 명의 7%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같은 사내변호사시스템을 갖출 전망이다. 백승재(45)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은 “미국의 경우 사내변호사는 단순 법률자문에 그치지 않고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법률리스크는 더욱 줄어들고 존속가능성은 반대로 커져 사내변호사가 존중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변호사들 중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근무하는 변호사의 비율은 20~30%다. 백 회장은 “GE의 경우 변호사인 최고경영자(CEO)가 12명이나 될 정도로 사내변호사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도입된 준법지원인제도는 사내변호사의 역할 강화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는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기준으로 1조원 이상, 2014년 1월 1일 이후론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

사내변호사 제도가 확산됨에 따라 사내변호사 출신의 정치인과 CEO들도 배출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41) 의원은 에스오일의 사내변호사 출신이다. 이석우(49) 카카오톡 공동대표는 미국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다 국내에 들어와 IBM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했다. 이게 계기가 돼 정보기술(IT)업계의 대표 CEO가 됐다. 김상헌(50) NHN 대표와 이명재(47) 알리안츠생명 대표 역시 사내변호사를 거쳤다.

사내변호사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처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을 갖더라도 3년차 대리급 수준의 초임을 제시한다. 지난해 로스쿨 졸업생까지 한 해 변호사가 2500여 명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백 회장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현상이지만 적어도 법무실 책임자의 경우에는 임원급으로 보임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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