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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법률시장 완전 개방 … 국경 없는 변론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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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법률자문 업무를 맡고 있는 오연균(55) 변호사. 오 변호사는 하루 일과를 유럽에서 온 e-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2일 오전 9시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전자메일함을 여니 이미 50~70여 통의 e-메일이 쌓여있다. 그중 한국 회사의 네덜란드 법인이 보낸 e-메일을 확인했다.

“현지 A사와 합작하려고 하는데 A사가 CFO(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한국 회사 입장에선 이런 권한을 줘도 괜찮겠느냐.”

“절대 그런 권한을 줘서는 안 된다. 큰일 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고 한국 회사 사람들을 만나 회의를 한 차례 하고 나니 점심시간. 오후 2~4시,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현지 법인 관계자들과 통화했다. 싱가포르에 전화해 한국 기업이 요구하는 상황을 전달했다. 오후 4~8시엔 한국과 낮밤이 바뀐 유럽 차례다. 까딱하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오후 10시 이후에도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둔 미국 등에서 고객들이 종종 자문을 해 온다.

오 변호사는 “글로벌 법률자문 업무를 맡다 보니 24시간 긴장 속에 일한다”며 “같은 시장을 두고 싸우는 외국계 로펌의 변호사들도 밤낮 없이 치열하게 일하기 때문에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홍콩 만다린 호텔에서 열린 한국 로펌 설명회에서 로펌 관계자가 한국시장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외국계 로펌의 국내 공습에 맞서 국내 토종 로펌들이 법률시장 사수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고객을 잡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바른 등 국내 대형 로펌은 ‘집토끼’(내수시장)와 ‘산토끼’(해외 시장)를 붙잡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집토끼 사수 전략은 몸집 불리기다. 대형 로펌마다 수십~수백 명 규모의 국제중재·M&A(인수합병)·지적재산권(IP)·글로벌 법률자문 팀을 꾸리고, 국제 소송 경험을 갖춘 외국 변호사를 영입 중이다. 산토끼 사냥 전략은 현지화다. 로펌들은 중국·일본뿐 아니라 유럽·중앙아시아에도 속속 사무소를 내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두식(56) 세종 대표변호사는 “외국계 로펌의 공습은 한 번 해볼 만한 싸움”이라며 “방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완전 개방을 앞두고 현재까지 국내영업 허가 신청을 낸 외국계 로펌은 18곳. 미국계 로펌이 15곳, 영국계 로펌이 3곳으로 13곳은 이미 허가를 받았다. 세계적인 로펌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 쉐퍼드 멀린(Sheppard Mullin),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 등이 한국 진출 채비를 마쳤다. 글로벌 3대 로펌으로 꼽히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는 이미 한화가 의뢰한 독일 태양광 제조업체 인수 작업의 자문을 마쳤다.

업계에선 이들이 향후 막대한 자본력과 세계적인 네트워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국내에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수(47) 쉐퍼드 멀린 한국사무소 대표는 “현재는 외국법에 대한 자문을 주로 하고 있다”며 “삼성·현대차·LG 등 해외 진출이 많은 기업 고객을 상대로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로펌의 맞대응도 간단치 않다. 김앤장의 경우 국제중재팀 소속 변호사만 50여 명(외국 변호사 15명). 팀을 이끄는 윤병철(51) 변호사는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로펌 평가지인 ‘체임버스 글로벌’이 꼽은 스타 변호사(star individual)다. 태평양에도 41명의 외국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베이징, 2008년 상하이에 국내 최초로 현지 사무소를 내는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광장은 최근 염정혜(43) 미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미국 최대 로펌인 ‘베이커앤맥킨지’(Baker&Mckenzie) 출신의 국제 중재 전문가다. 율촌도 외국변호사 5명을 포함한 15명의 국제중재팀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최근엔 미국 연방검사 출신 멜 스윙(Mel Schwing) 변호사가 합류했다.

세종은 지난해에만 15명의 외국 변호사를 채용했다. 상하이·베이징뿐 아니라 독일 뮌헨에도 국내 최초로 현지 사무소를 내는 등 해외 진출에 활발하다. 화우는 2008년 국내 대형로펌 최초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현지 사무소를 냈다. 김한칠(47) 러시아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러시아 지역개발 관련 자문이나 국내 컨소시엄의 키르기스스탄 국영기업과의 금광개발 관련 합작회사 설립 건 등을 맡아 성사시켰다. 바른 국제중재팀의 주축은 윤원식(54) 변호사다. 윤 변호사가 ‘세미머티리얼스’란 미국 회사를 대리해 MEM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1년 미국의 내셔널 로 저널(National Law Journal)이 꼽은 100대 평결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형 로펌들은 국내 소송 대리 업무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외국계 로펌에 덜컥 일감을 맡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성우(47) 광장 변호사는 “외국 로펌이 복잡한 국내법 체계에 빠른 시간 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안방을 내줄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자문 시장이 외국 로펌의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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