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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의 도박 … 4년 내 EU 탈퇴 국민투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데이비드 캐머런(47·사진) 영국 총리의 도박이 시작됐다. 그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독일·프랑스 등 회원국을 압박하며 EU의 권한을 줄이는 쪽으로 조약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한 EU의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EU 예산 감축을 주장해왔다.

 캐머런 총리는 23일 “이제 영국 국민도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영국 정치에서 EU 문제를 정리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다면 다음 정부 임기의 절반(2017년)이 지나기 전에 EU 가입 유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의 계획에 따르면 집권당인 보수당은 2015년 총선에서 EU와 맺은 협약의 재협상을 공약에 포함시킨다. 총선 결과 보수당의 집권이 유지되면 곧바로 EU와의 협상에 돌입한다. 협상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2017년 말 이전에 EU 잔류 여부를 묻는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캐머런 총리는 “EU와의 관계 재정립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뤄지면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에 남아 있도록 성심껏 선거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와 EU의 불화는 EU가 유럽의 경제 위기 대응책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표면화됐다. 금융거래세 도입이 대표적 갈등 요소였다. 영국은 11개국이 동의한 이 제도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원국들끼리 다른 나라의 예산안을 감독하는 방안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시간과 임금에 대한 규제, 형사·사법 관할권 문제 등으로도 EU와 마찰을 빚어왔다. 영국 정부는 EU의 시장 통합 기능은 그대로 두면서 정치·경제적 통합은 좀 더 느슨한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U 탈퇴 불사’를 외치는 캐머런의 강수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EU의 중요하고 활동적인 멤버이기를 바란다”며 “공정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유럽 밖의 영국’은 영국 자신에도 위험한 생각”이라며 “축구팀에 참여했으면 축구를 해야지 럭비를 하고 싶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영국이 EU의 협약에 따르지 않으면 준회원으로 자격을 강등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유럽 국가 중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EU에 가입하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반EU 정서를 의식한 보수당 동료 의원들로부터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옵서버의 여론조사에선 58%의 응답자가 EU 탈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노동당은 “국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앞세운 유약한 행동”이라고 총리를 비난했다. 미국도 반대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캐머런 총리에 전화를 걸어 “EU 내에서의 영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유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기업들도 “해외에서의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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