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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산숙

산숙(山宿) - 백석(1912~95)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어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여보며

이 산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깜아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굴과 생업과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가난하지만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살다 간 시인은 북방의 깊은 산속 여인숙과 국숫집을 겸하는 집에 들어 있다. 모밀가루포대가 가득 쌓여 있고 더운 느낌이 드는 윗간에 낡은 국수분틀과 가지런히 누워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구석을 굴러다니는 목침을 베고 누워 이 산골에 먼저 들어와 “목침들에 새깜아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얼굴과 생업과 마음들을 헤아린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의 생김새와 삶의 내면을 생각하는 것은 따스한 시인의 마음이고 여인숙 겸 국숫집의 방과 목침을 공유한 사람들과 동화된 공동체적 연대감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방 산골의 여인숙이라는 소박한 공간과 때 낀 목침이라는 보잘것없는 소재에서 화해롭고 이상적 자족공간을 찾아내는 백석의 따듯한 마음이 그립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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