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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스 총장이 말하는 ‘학부 중심 대학’ 미국 웨슬리안대

웨슬리안대 마이클 로스 총장은 “인문학 중심 교육은 이제 전 세계 대학이 따라 하게 된 학부 교육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띤 대학, 창의적 영화 인재의 산실, 다양성과 우수성이 공존하는 곳.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의 작은 마을 미들타운에 위치한 웨슬리안대(Wesleyan University)에 붙는 수식어다. 대학원이 없어도 최고 수준의 학부생을 양성하는 학부 중심 대학(리버럴 아트 칼리지)의 대표격인 이 대학은 애머스트대·윌리엄스대와 함께 ‘미니 아이비리그’로 불릴 정도다. 1831년 감리교도가 설립한 이 대학 재학생의 70%는 고교 성적 상위 10% 내에 드는 인재다. 이 대학의 마이클 로스(56) 총장이 지난 14일 방한해 본지와 인터뷰했다. 그는 내내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창의성과 공동체 정신”이라며 “한국 재학생은 20여 명이지만 한국 풍물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다양성을 중요시한다”며 특유의 교육 철학을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동문을 만나고, 한국 학생을 뽑는 프리먼 스칼라십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왔다. 1999년 설립된 프리먼 장학재단을 통해 캄보디아·홍콩·싱가포르·중국(베이징·상하이)·일본·태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11개국에서 2명씩 선발한 인재를 무상 교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학한 한국인 유학생이 25명 남짓 된다.”

-웨슬리안대 한국 학생들만의 특징을 뽑는다면.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잘한다. 특히 다른 나라 학생들이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호기심이 많은 것엔 놀랄 정도다. 웨슬리안대는 39%가 유색인종일 정도로 인종의 스케일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개방적이며,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한국 학생이다.”

-학문 간 협업을 강조하는 ‘학제 간 교육(interdisciplinary education)’이 유명하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학생들이 연 ‘쇼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너무 잘하더라. 마침 옆자리 관객이 주연 배우의 학부모여서 “아드님이 뮤지컬 전공인 게 자랑스러우시죠”라고 물었더니 “물리학 전공인데요”란 답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COL(College of Letters·문학학부)’에선 철학·문학을 가르친다. 1959년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너무 파격적이란 평을 들었다. 동물학을 문학과 철학을 통해 가르쳤는데, 이런 방식에 당시 교수들도 거의 동의하지 않았다. ‘CAS(College of Asian Studies·아시안학부)도 올해 중 설립 예정이다. 요즘은 정말 많은 학생이 중국어나 중국 경제, 한국 역사 등 동아시아에 대해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자랑할 건 ‘COF(College of Film·영화학부)’다. 칸영화제 수상작이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던 ‘비스트 오브 서던 와일드’도 벤 제이트린 등 웨슬리안대 출신 20명이 만들었다. 영화 ‘아마겟돈’ ‘진주만’ ‘더 록’을 감독한 마이클 베이, ‘세러니티’ ‘뱀파이어의 유혹’의 감독인 조스 웨던 등도 배출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대부분 ‘웨슬리안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농담도 있는데.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증거일 거다. 40년 전통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폭스 대표, 할리우드의 영화감독 중 웨슬리안대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영화만이 아니라 인문학 등을 배워 갔다. 이것이 창조에 큰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애머스트·윌리엄스대와 다른 웨슬리안대만의 특장이 있다면.

 “애머스트나 월리엄스대 출신은 확실히 전통적으로 똑똑하다. 그러나 웨슬리안대 출신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조합을 창조하고, 모험적이고, 커뮤니티에 봉사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더 용감하고, 덜 준엄하다고 할까. 우리는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같은 것에 더 투자한다. 하나만 배우기에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무료 인터넷 강의 코스 ‘COURSERA.org’에도 참여하고 있다. MIT와 하버드가 참여한 ‘오픈 코스웨어닷컴’과는 다른 프로그램이다. 스탠퍼드·프린스턴·미시건대 등 30개 학교가 동참했는데, 5만 명 정도가 강의를 듣고 있다.”

-다트머스대 김용 전 총장이나 하버드대의 파우스트 총장 등 정통 아이비리그 대학도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실용교육의 한계와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교육이 훈련이 돼서는 곤란하다. 새로운 창조 가능성을 희생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가 가진 강한 고집이 몇 년 후, 또는 취직을 위한 단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경제 위기를 가져왔고 세상을 작게 만들었다. 학부 중심 대학이 새로운 경향을 선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해 3년 학사과정을 도입해 학생들이 등록금 20%를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나도 웨슬리안대를 3년 만에 졸업했기 때문이다. 나도 등록금 때문에 압박을 받았다. 현재 학비가 연간 4만5000달러 정도로 결코 싸지 않다. 현재 40%가 장학금을 받고 있지만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는 것이 내 목표다.”

◆마이클 로스=2007년 7월 웨슬리안대 1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심리학 이론사 전문가로 과거를 잘 기억하고 회상하는 법에 관심이 많다. 부인 역시 웨슬리안대의 글쓰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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