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정일 생일 물어보고 탈북조사 끝

탈북자로 위장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청 유모(33) 주무관이 구속되면서 정부 당국의 허술한 탈북자 관리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수년간 국내 입국 탈북자가 급증해 모두 2만4000여 명에 이르는데도 입국조사나 정착지원은 연간 100명 안팎의 탈북자가 들어오던 19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이 지속적인 탈북 위장 간첩활동으로 해외에서의 탈북자 한국행 과정과 우리 관계 당국의 신문방법, 정착교육 내용까지 속속들이 파악해 가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속된 유씨의 경우는 중국 한족(漢族) 출신으로 북한에 살던 화교였지만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의 신문을 통과해 버젓이 탈북자 정착지원금까지 챙기며 생활해 왔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은 ‘북한에 가족·주소·직업을 둔 자로 제3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탈북자단체 등에 따르면 유씨는 2004년 4월 중국을 통해 탈북 귀순 형식을 밟아 국내에 들어왔다.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한국의 발전상을 접한 뒤 탈북자들에 섞여 현지 대사관에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귀순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는 탈북자를 위장한 중국 조선족의 국내 입국시도가 잇따르던 시기였다. 그는 당국의 합동신문을 통과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나 북한 노래 한두 곡을 불러 보라는 식의 형식적 신문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조선족이나 화교도 속성과외 식으로 학습해 빠져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엔 소수의 고위층 탈북 인사를 대상으로 했지만 요즘엔 연간 수천 명이 입국하고 그나마 50%가 무직이고 38%는 단순노동자라 집중력 있는 신문이 이뤄지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착 후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 대전에 정착한 유씨는 사업이나 관광을 이유로 중국을 수차례 오갔지만 당국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2006년에는 북한을 다녀온 사실이 소문나면서 문제가 됐지만 “어머니 사망소식을 듣고 다녀왔다”고 둘러대 처벌을 면했다고 한다. 당국은 유씨가 이때를 전후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포섭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여권을 갖고 있어 북·중 간을 오가는 데 문제가 없던 그가 입북 과정에서 한국에 정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에 협조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2011년 6월 탈북자 관리를 담당할 서울시청 공무원에 특별채용되는 과정에서도 다른 응시자와 같이 범죄경력 조회만으로 합격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탈북자 출신 공무원은 정기적으로 보안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형식에 그쳤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 가족이 있다는 유씨가 공무원 임용 뒤 얼굴을 드러낸 채 인터뷰를 하는 걸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한 가족이 피해를 볼까 봐 신분을 감추는 다른 탈북자의 경우와 달랐던 유씨의 행적만 면밀히 관찰했어도 탈북자 정보 유출을 막았을 것이란 얘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씨 문제가 불거지자 “탈북자 정보는 특별관리되기 때문에 유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 부서(복지정책과)에서 일했던 서울시청 관계자는 “탈북자를 포함한 기초수급대상자 파일은 구체적 정보가 기입돼 있다”며 “파일이 넘어갔다면 서울 거주 탈북자 1만 명의 주소·직업·인적사항 등이 통째로 넘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정착까지 어떤 절차 거치나

①탈북·보호 요청 및 입국

- 해외 공관이나 주재국 시설에 임시 수용
*위조 여권·밀항 입국 시 신병 확보

②합동 신문 및 보호 결정
- 국정원 등 관계기관 귀순 동기 등 조사
- 하나원 수용 후 심의 거쳐 결정

③정착 교육과 지원
- 12주간 사회 적응 교육
- 주거 알선 등 정착 준비 후 거주지 전입

④거주지 보호
- 5년간 생계·의료급여 지원
- 취업·교육 지원 및 보호 담당관 배치

⑤민간 참여 지원
- 하나센터 30곳에서 취업 상담 등
- 탈북자 전문 상담사 100명 서비스 제공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