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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쌈짓돈’ 5400만원, 세전 연봉 6500만원 해당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헌재 김혜영 사무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용(私用)’ 논란이 일고 있는 ‘특정업무경비’는 검찰·경찰같이 사정기관이 주로 쓰는 예산이다. 장기 수사나 조사 때 자료 수집과 교통비 등의 비용을 일일이 지급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건별로 주지 않고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준다.

법원도 재판활동지원비라는 명목으로 특정업무경비를 받는다. 철야작업이 많고 국회를 자주 오가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이나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의 감사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지급된다. 국정원이 쓰는 사실상의 비밀예산인 ‘활동비’의 증가를 억제하는 대신 어디에 썼는지 용도를 물을 수 있는 특정업무경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6041억원이던 특정업무경비는 2011년 6284억원, 2012년 6473억원, 2013년 6524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돈의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음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다.

 ◆개인 계좌에 넣어 증빙도 없이=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와 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재정부 예산기금운용 지침)다. ‘수사와 감사·예산·조사 등’이란 범위부터 포괄적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에서 “재판 관계자들을 만나 썼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자세한 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특정업무경비는 매달 30만원까지는 현금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영수증 등 지출내역을 제시해야 한다. 감독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경우는 매달 300만~500만원씩 개인 통장으로 들어간 데다 증빙도 하지 않았다. 헌재에서 경리를 담당했던 김혜영 사무관은 청문회에 출석해 “(이 후보자로부터) 영수증을 받지 않았고 (5년간 보존 의무조항이 있는 관련) 증빙서류도 폐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의 생활비 계좌로 받았다. 개인 계좌로 받은 돈만 매달 평균 433만원에 달한다. 김 사무관은 “30만원 이상을 한번에 현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배된 게 아니냐”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질문에 “위반이 되겠죠”라고 답했다.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에 입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특정업무경비의 불투명한 집행에 대해선 감사원도 주의를 준 적이 있다. 2007년 4월 헌법재판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감사원은 “헌법재판소가 2006년 1년 동안 6억원가량의 특정업무경비를 집행하면서 4억6767만원에 대해선 내역 증빙이 없다”며 주의조치를 내렸다. 이는 특정업무경비의 77.3%에 해당한다. 그래서 헌재의 다른 재판관이 후보자가 됐더라도 특정업무경비가 ‘덫’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금도 안 내는 별도 소득=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기간 6년 동안 3억200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았다. 연평균 5400만원이다. 이 돈은 세금도 없다. 명목상 급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연봉 6500만원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연봉 65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소득세 520만원, 국민연금 292만원, 건강보험 195만원, 고용보험 36만원, 주민세 등 기타 20만원을 포함해 총세액이 1063만원이다. 이를 제한 실수령액이 이 후보자가 받은 특정업무경비와 같다. 2011년 기준 도시가구 평균 수입인 5098만원보다 1400만원가량 많다.

 ◆국회엔 자료 제출도 거부=국회의원들은 특정업무경비가 성역에 가깝다고 말한다. 9명의 헌법재판관이 있는 헌법재판소엔 올해 11억원이 배정됐다. 경찰청엔 4434억원, 국세청엔 479억원, 법무부엔 401억원이 책정됐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정감사 때마다 특정업무경비의 명목을 요청했지만 회신이 오는 게 없었다”며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으니까 못 내놓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진영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고위 공직자가 특정업무경비를 유용하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적극적인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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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