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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의 지형이 이상해졌다

<본선 16강전> ○·박정환 9단 ●·종원징 6단

제7보(78∼91)=바둑의 지형은 순식간에 변합니다. 기세가 강하게 충돌할수록 변화는 빨라집니다. 흑▲로 젖힌 수가 좋은 맥점인데요, ‘참고도1’ 흑1로 막고 싶지만 흑2를 당하면 응수가 궁합니다. A의 약점이 조용히 추궁당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박정환 9단은 고심 끝에 78을 선택합니다. 흑 79로 연결하는 자세가 너무 날씬하다는 게 가슴 아프지만 백도 80의 돌파로 위안을 구합니다. 바둑판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제의 옥토는 황무지가 되고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신세계가 열립니다.

 고수가 되려면 ‘낯선 풍경’에 빨리 적응해야 합니다. 요소와 급소는 판이 변하면서 따라서 변하고 큰 곳도 계속 변합니다. 그러므로 전략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선입견에 얽매여 변화를 놓치면 바보 되는 거지요. 80으로 차단되자 종원징 6단은 81부터 기민하게 삶을 구합니다. 86은 꼭 필요한 수비인데요, 손을 빼 ‘참고도2’ 백1에 두고 싶지만 흑2를 당하면 백 대마의 근거가 사라지고 송두리째 들뜨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87은 아프네요. 박영훈 9단은 “초반 좌하에서 실패했던 백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집 계산을 해보면 과연 만만치 않은 형세입니다. 게다가 88이 좀 무거웠을까요. 89와 91을 연타 당하니 중앙쪽 흐름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백△에 의해 절반쯤 제압당한 포도송이 흑 6점이 곱게 살아가는 날엔 사태는 심각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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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