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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환태평양 FTA 시대, 한국의 선택은

[일러스트=박용석]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한국의 전직 통상 협상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상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유무역협정(FTA)인 한·미 FTA의 후속으로 한국 정부가 추진할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대답은 “중국”이란 단 한마디였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이 있는지도 물어봤다. TPP는 호주·브루나이·칠레·캐나다·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미국·베트남이 포함되는 다자간 FTA로 현재 제안 단계에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이나 TPP와 관련 있는 미국 당국자에게 물어보면 한국(또는 일본)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서울의 동참은 어렵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이 협정 뼈대의 상당 부문은 한·미 FTA에서 나왔다. 하지만 서울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기간 중 이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며, 곧 집권할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도 TPP에 관심이 있다는 어떠한 징조도 아직은 없다.

 왜 한국은 이렇게 미온적인가. 한국이 교역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는 것도 그 이유의 일부다. 한·미 FTA 1주년 기념일이 다음 달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서울은 미국과의 관계를 이처럼 새롭고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FTA를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중국에도 적용해 비슷한 성과를 얻고 싶어 한다.

 한국의 망설임에는 전략적인 이유도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시작되면서 서울은 미국 측에 기울어졌다고 중국이 의심할까 봐 신경을 써왔다. 실제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때문에 베이징은 ‘TPP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계획됐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베이징의 한반도에 대한 공평한 시각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한·중 FTA가 이뤄질 경우 베이징은 한국과는 성공적인 교역 관계를 유지하는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북한과는 끝없는 지원의 블랙홀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한·중 FTA와 TPP의 관계는 어떤 이들이 믿는 것처럼 제로섬이 아니다. 첫째, 서울과 베이징 간의 양자 FTA는 결국 TPP로 합쳐질 것이다. 이는 TPP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상품의 교역 장벽을 낮추고 동일한 기준과 규칙을 설정하는 고품격 FTA(한·미 FTA처럼)이지만 더 작은 범위의 상품과 서비스만 다룰 피상적인 한·중 FTA는 그렇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두 FTA는 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이루기 위한 한 부분이다.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TPP·한미 FTA·한중 FTA 같은 개별적인 지역 무역협정들은 함께 FTAAP를 쌓아갈 수 있게 해주는 블록 결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TPP에 끌어들이는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의 목표가 돼야 한다. 왜? 신흥 세력인 중국을 기존의 국제질서에 통합하는 최선의 방법은 TPP를 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TPP는 중국이 자국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 법의 지배, 투명성의 기준,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우, 노동권, 환경보호 등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서울과 워싱턴이 지지해온 방식이다. 게다가 중국은 외부에서 요구해왔기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의 새로운 자유무역 체제의 일부가 되어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 이러한 변화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으로 하여금 TPP에 관심을 기울이게 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을 합류시키면 된다. 한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협상 멤버로 참여하면 대화에 커다란 전기를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일본의 새 정부에 상당한 합류 압력을 넣게 될 것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국내 문제로 TPP 협상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이 참여할 경우 도쿄 정부도 합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한국과 일본이 TPP에 참여한다면 중국에도 참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협상과 관련한 계산은 이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올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협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은 협상 옵션이라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0년부터 미국·호주·페루·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이 추가로 참여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상품·서비스 교역과 지적재산권 등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한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현재 참여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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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