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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동대문에 그많던 일본인들 어디로…왜?

“오네~상(언니), 안 돼요. 우린 다 ‘야스이’(싸다)예요.” 19일 새벽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1층의 한 여성의류점. 조모(37·여)씨는 말도 잘 안 통하는 일본인 관광객 커플과 5분 넘게 실랑이를 했다. 일본 손님이 가려 하자 결국 조씨가 붙잡고 한 벌에 1000원씩 깎아줬다. 조씨는 “한 벌에 2000원 남는 걸 1000원씩 깎아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가게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엔저의 습격 … 일본 고객 발걸음 뚝
명동·동대문·인사동 관광객 3분의1 줄고 씀씀이 반토막

 그나마 잘 사지도 않고 값까지 깎는다. 옆 가게 최숙희(45)씨는 “1998년 오픈 때부터 장사했지만 이렇게 손님 없기는 처음”이라며 “가게세 못 내고 나가는 사람들도 나온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 명소로 꼽히는 동대문 ‘퀵 마사지’도 찬바람만 불었다. 박영길(61) 사장은 “2005년 가격 그대로인데도 요새는 ‘다카이~(비싸다)’ 하며 돌아서는 사람이 많다”며 “예전엔 새벽 4시까지도 손님이 오곤 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20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붙어 있는 세일 광고판. 일본어 대신 중국어로만 세일 정보를 알리고 있다. [박종근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타에서 기념품 가게를 하는 권영민(47·여)씨는 “일본 손님 수가 30% 정도 줄었지만 1만원어치 사던 사람들이 2000원만 쓰는 게 더 문제”라 고 한숨을 쉬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주부 고자키 시게코(向崎茂子·48)는 “1년에 두 번은 옷을 사러 오는데 지난해처럼 5만 엔어치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왔을 땐 75만원을 쓰고 갔는데 이번엔 58만원으로 줄인 셈이다.



 엔화 약세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던 국내 주요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만여 명이던 일본인 입국자수는 12월 22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조사 결과 일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꼽힌 명동·동대문·인사동조차 ‘엔저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인이 늘어나 일본인 매출을 메워주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비해 일본인에 의존해온 기념품·화장품 로드숍 등 몇몇 업종은 휴·폐업까지 고민할 처지다. 일본인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이들 세 곳 상권의 일본 쇼핑객 의존도는 한때 50% 이상 될 정도로 절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거시경제)은 “일본 아베노믹스의 제1공약은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이기 때문에 엔저가 꽤 오래갈 것”이라며 “유통 등 국내 내수산업도 엔저 쇼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동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19일 저녁 본지 기자가 두 시간 반 인사동을 왕복했지만 일본어를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만 눈에 띄었다. 일본 고객이 80%였던 한복 촬영 스튜디오 ‘고관’ 역시 이날 기자가 찾은 시간엔 일본인이 전무했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민교(28)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예약 메일도 끊겼다고 했다. 중국 고객은 2만~3만원짜리 촬영을 하는데, 일본 고객들은 대개 6만원짜리 촬영을 선택해 매출 타격이 크다.



 인사동 쌈지길의 한방화장품 전문점 ‘하늘호수’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TV·잡지 등에 소개돼 지난해 여름만 해도 일본인이 매장 밖에 길게 줄을 서 있곤 했다는데 이날은 한산했다. 매니저는 “같은 제품을 2~3개씩 사갔었는데 요즘은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한 개만 사간다”고 속상해했다.



 ◆명동, 환전 줄고 호텔도 울상=지난 19일 명동에서 만난 환전상 최병기씨는 “지난해에 비해 엔화 환전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예전에는 일본인 한 사람이 바꾸는 액수가 10만 엔 정도 됐는데 요즘은 고작 1만~2만 엔, 그것도 환율표를 보면서 찔끔찔끔 바꾼다”고 푸념했다.



 잡화상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명동에서 구두와 모자 등을 파는 이강욱(38)씨는 “일본인이 없으니 하루 200만원 벌던 게 90만원으로 뚝 줄었다”며 “손님 비중으로 보면 절반에 가까웠던 일본인들이 20% 정도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인이 주로 찾는 특급 호텔들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호텔과 플라자호텔의 일본인 수는 지난해에 비해 30% 줄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역시 지난해 9~12월 일본인이 전년보다 40%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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