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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독자의 영혼을 뒤흔드는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나는 쓴다 … 편치 않은 세상서 생존해야 하는 인간을 위해”
『통역사 다니엘 …』 새 장르 개척
신의 영역을 인간의 언어로 옮겨 써
25개 언어로 번역, 박경리상 수상도
유전학 전공한 반체제 활동가 출신

가벼운 읽을거리나 행복한 주인공들의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사진)의 책은 절대 읽지 말도록 권한다. 그녀의 작품은 지나치리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울리츠카야의 주인공들은 진짜 삶을 산다. 늙고, 추해지고, 살찌고, 병들고, 이혼하고, 취하고, 심지어 죽는다. 화려한 로맨스로 치장하거나 값싼 욕망으로 모질고 험악한 현실을 희석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소설은 읽는 이의 영혼에 충격을 준다. 삶과 사랑이 필연적으로 갖는 추악한 일면을 까발리고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을 억압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체제 아래서 삶과 사랑이 어떻게 망가지고 더럽혀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이 지루하고 우울할 것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그녀의 스타일은 부드럽고 정교하고 우아하며, 묘사는 생동감이 넘친다. 가령 소설 『소네치카』는 젖 먹는 아기를 이렇게 그려낸다. “(아기는) 커다란 미끼에 매달린 작은 물고기처럼 젖꼭지를 물려고 애썼다.” 『스페이드의 여왕』에 등장하는 폭압적인 노파는 손녀에게 “아가, 그 애새끼 좀 저리 치워라. 애들은 따끔하게 가르쳐야 한다니까”라고 말함으로써 잔혹한 완고함과 유머감각을 함께 드러낸다.



박경리문학상 수상을 위해 올해 한국을 방문한 울리츠카야(오른쪽)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이미 열 권의 장편소설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그는 올해 토지문화재단의 박경리 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중 하나인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2006)을 들여다보자. 이 소설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수도사에 관한 이야기다. 오스왈드 루파이젠이라고 불렸던 유대인 소년 다니엘은 게슈타포의 통역으로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수백 명의 유대인을 구했으며 후일 수도사가 돼 이스라엘에 초기 교회를 재건하려 했다. 작가는 ‘다큐멘터리와 예술이 혼합된 장르’를 창조하려고 수많은 편지와 기사들을 만들어 낸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 소설을 “경이로운 인물에 대한 전기”라고 소개했다.



신앙, 정체성, 성과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이 다큐멘터리 소설은 그 자체가 과감한 시도였다. 몇몇 종교단체가 비판했지만 “신학자들은 왜 내가 틀렸는지 설명해줬지만 나는 신학엔 관심이 없다. 내 관심사는 결코 편안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 인간이다. 다니엘은 살아남는 법을 알았던 사람이다”라고 했다. ‘통역사’라는 단어의 중의성은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다니엘은 통역사로 일하지만, 그가 옮긴 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작가에 따르면 그는 신의 영역을 보통 인간이 쓰는 말로 옮기는 일을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통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신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 상호 간에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니엘이 가지고 있던 사랑과 인간에 대한 믿음만이 서로 다른 이들 간의 유대와 상호 이해를 가능케 한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
자신의 힘든 시기에 다니엘 수사를 만났던 작가는 “모릅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수사의 능력과, 그가 올바른 것에 대한 믿음보다는 올바른 일의 실천에 역점을 두는 것에 감동받았다. 작가는 초기 교회에 대한 다니엘 수사의 열정과 “유대교와 기독교를 잇는 다리”로서 그의 역할을 되새기며 “나는 그가 성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단언한다. 작가는 그를 “신의 실존 속에 살았던 인물”이라고 칭한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독단적 교의와 권위를 강요하는 종교가 아니라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자비를 추구하는 개인의 삶 속의 종교”를 옹호한다. 각각의 페이지들이 편지와 일기, 기사와 녹취록의 콜라주처럼 구성돼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로 볼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들어 있는 작가 자신이 출판 대리인에게 보낸 일부 편지는 작가 스스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넓은 문제들이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실패하리라 확신했다”면서도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지만 마침내 깨달았다. “필요한 순간 책은 완성되어 나타났고, 해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윤곽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그는 아직껏 자신이 “딜레탕티즘의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숨기지 않는, 고뇌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쓰고 나면 어디론가 떠나 다른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일종의 한시적 작가다”라고 말한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년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국립대 생물학부를 졸업한 뒤 러시아 학술원 산하 유전학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했지만 70년 지하출판물 제작 혐의로 해고됐다. 이후 결코 국가기관에서 일하지 않았다. 유대인 뮤지컬 극장의 문학담당으로 있으면서 르포기사, 아동극, 라디오극 및 인형극 대본을 썼고 희곡 평론과 몽골 시 번역 작업에도 참여했다. 자기 단편을 80년대 초 처음 발표했고 ‘리베르티의 자매들’ ‘모든 이들을 위한 여인’이 영화로 제작되고, 중편 ‘소네치카’가 문예지 ‘노브이 미르’에 발표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 소설은 94년 프랑스에서 최우수 번역 작품으로 선정됐고 메디치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2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섬세한 표현과 일상 삶의 정교한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이 작가의 문학은 ‘뉘앙스의 산문’이라 불린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에 대해 “나는 삶에서 이탈하는 작가 그룹에 속한다. 무엇을 설계하기보다 살아 움직이는 작가다. 꽉 짜인 설계도를 바탕으로 무엇을 쓰고, 또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런 타입이 아닌 셈이다. 때로는 원하는 것과 영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글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가 사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피비 타플린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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