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집행부 출범 전 ‘대못’
유착 의혹 마케팅 대행사엔
수십억대 수수료 보장해줘
축구계, 중계권 게이트 우려
문제는 협상 시점이다. 오는 28일에는 대의원총회를 거쳐 새 축구협회장이 선출된다. 통상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 정부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지 않지만, 축구협회는 달랐다. 회장 선거를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은밀히 A매치 중계권 협상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재계약 기간을 4년(축구협회장 임기)으로 못박았다. 차기 집행부의 역할을 완전히 차단했다.
중계권 재계약은 축구협회장 후보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정몽규(51)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A매치 중계권 협상 과정에 K-리그 중계를 연계해 프로축구의 미디어 노출도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대못박기’로 인해 이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축구협회는 지상파 3사를 제외한 종합편성 등 다른 방송사들과는 사전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 깊이 개입한 마케팅 대행사 ‘FC 네트워크(FCN·대표 황정우)’와 관련한 잡음도 적지 않다. 2000년에 설립된 FCN은 스폰서십 유치와 이벤트 기획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다. 그간 축구협회와의 유착 의혹으로 적잖은 눈총을 받아 왔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축구협회 임원이 FCN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지만, 이후에도 축구협회와 FCN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축구협회 메인 스폰서 12개 중 FCN을 통해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업체가 절반인 6개에 이른다. 이번 중계권 계약 과정에서도 축구협회는 계약서에 ‘A매치 업무대행사는 FCN으로 지정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권 수수료를 통상 계약액의 10%로 잡을 경우 무려 30억원이 FCN의 손에 떨어진다.
축구협회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6일에 크로아티아와의 A매치가 열린다. 불필요한 오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서둘러야 했다”는 말로 갑작스러운 중계권 재계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FCN과는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계약서상에 업무대행사를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