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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극장 없고 학교는 콩나물 교실 … “여기가 행복도시 맞습니까”

“가족 이사요? 이혼 안 당하면 다행이죠.”

 매일 서울에서 세종청사로 왕복 다섯 시간 출퇴근하는 기획재정부 김모(41) 사무관. 출퇴근이 힘들지만 이사는 생각도 못한다. “지난해 가을 집사람에게 슬쩍 말만 꺼내봤습니다. 아내는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그의 부인도 서울에서 혼자 어린이집에 네 살배기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나간다. 김 사무관만 세종시 출퇴근이 힘들다고 불평할 처지도 아니다.

 지난해 말 완료된 1단계 정부청사 이전으로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약 5600명. 이 중 2000명가량은 매일 서울·수도권에서 출퇴근하고, 2000명쯤은 가족은 서울에 있고 혼자 따로 나와 있는 ‘세종시 이산가족’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실제 근거지를 세종시로 옮긴 공무원은 많지 않다. 단신으로 내려온 공무원들은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동료 공무원 서너 명과 공동생활을 한다. 조병희 전국공무원노조 중앙행정기관 본부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복도시’라고 하지만 행복은커녕 고통만 있다”며 “미리 이런 일을 예견하고 이전을 늦추자고 몇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분산으로 지방 활성화와 명품도시 건설을 꾀했지만 아직 도시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만큼 생활 여건도 미흡하다. 문화시설이라고는 극장은 고사하고 PC방 한 곳 없다. 차가 고장 나도 카센터가 없고, 무엇보다 몸이라도 아프면 큰일이다. 이렇다 할 병원이 한 곳도 없다. 대중교통도 부족해 버스 시간표를 맞추지 않으면 2만~3만원 택시비는 각오해야 한다.

 교육환경이 좋다고 소문났지만 초등학교 두 곳과 중학교 한 곳은 콩나물 교실이어서 초등생들이 고교 교실로 옮겨 수업을 받는 실정이다. 보습학원도 없어 학부모들은 15㎞ 떨어진 대전시 노은동으로 아이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점차 도시 인프라는 갖춰질 수 있다지만 맞벌이 부부나 아이들이 커버린 공무원은 어차피 출퇴근족, 또는 이산가족을 벗어나기 어렵다. 세종청사 근처가 고향인 한 고위 공무원도 “이미 근거지가 서울로 바뀐 상황이어서 이사는 생각 안 해봤다”고 토로했다.

 세종청사 자체도 모양에 치중한 탓에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내년에 세종청사 3단계 건설이 끝나면 세종청사는 3.5㎞에 이르는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16개 부처는 개별 동에 자리를 잡되 내부에서는 모두 연결되는 첨단 구조다. 하지만 현재 6개 부처가 들어선 1단계 상태에서도 청사 구조가 너무 복잡해 내부에서 길을 잃기 일쑤다. 지난해 9월부터 세종청사에서 근무한 총리실 공무원들조차 “지금도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복합도시를 지향해 아파트 단지를 청사 주변에 너무 바짝 붙여 지으면서 일부 아파트와 청사의 거리는 100m가량에 불과하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아파트에 사람이 입주하면 사무실에선 항상 블라인드를 쳐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공해 그린시티’를 표방한 교통 시스템 역시 곳곳에서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차량 진입을 억제하기 위해 주차장 건설을 억제하면서 극심한 주차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치원읍 원룸에서 출퇴근하는 한 공무원은 “서울에서 차를 가져와 청사까지 출퇴근하고 있는데 불법 주차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는 한바탕 줄서기 전쟁이 벌어진다. 기획재정부 5급 사무관 박모씨는 “품질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메뉴가 끊기기 일쑤”라며 “공개입찰을 거쳤다지만 식사의 질이 높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행정자치부는 이달 말까지 세종청사에 ‘불편사항 접수센터’를 운영해 세종청사 조기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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