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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부결” … 국민연금 목소리 더 커진다

다음 달 25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 경영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사외이사 선임 등 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밝히고 필요한 경우 표 대결에도 참여하는 쪽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춰지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대선 때 밝힌 대로 기관투자가의 책임 있는 주주로서 기능을 활성화하고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견제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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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한국은행처럼 의사를 결정하는 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독립성 강화’라는 박 당선인 공약의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총괄간사를 맡았던 김재원 의원은 이미 관련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김재원 법’의 핵심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와 비슷한 형태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각계의 추천을 받은 민간 전문가 7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임기 3년을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20명의 비상근 위원이 회의 때만 잠깐 모였다가 헤어지는 식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 법안에선 상근 위원장과 상임 위원 2명, 비상임 위원 4명으로 바꾸고 위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기금운용위의 독립성 강화는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금을 집행하는 기구로 기금운용공사를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기금공사 사장은 민간 전문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기금위원회 위원장은 직접 공사 사장을 겸직하지 못하고 적합한 인물을 사장으로 추천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은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68조2500억원어치에 달한다. 2017년까지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25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0~20년간 국민연금 기금이 쌓이면 쌓일수록 주식 투자 규모도 덩달아 커지게 되는 구조다.

 지난 8일까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샀다고 신고한 상장사는 230여 곳에 달한다. 특히 제일모직·CJ제일제당·LG전자 등 60개 사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9%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7%로 최대주주인 삼성생명(7.21%)에 바짝 다가섰다. 포스코(국민연금 지분율 5.94%) 등 몇몇 대기업에선 이미 최대주주 자리를 국민연금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나서면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과거엔 국민연금의 지분율 증가가 기업들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주요 경영상 의사 결정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기존 경영진에 동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및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제철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과도한 겸임’이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외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오리온 이사 선임안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홀딩스 이사 선임안에서도 국민연금은 반대 입장에 섰다. 최근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동아제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계와 자본시장이 오는 28일 열리는 동아제약의 임시주총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51개 기업의 2480개 주총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고, 그중 426건(17.18%)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건수는 2011년(153건)에 비해 178%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취지에 맞게 기금 운영과 의결권 행사가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독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홍정훈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만큼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는 자연스럽다”며 “다만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지 말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학 교수는 “국민연금이 노후 생활의 안전판 보장이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투자 수익”이라며 “투자 수익과 무관한 영역까지 정치 논리에 따라 개입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 담당 전무는 “증시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잘못된 경영 관행을 바로잡는다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국민이 노후 대비를 위해 맡긴 돈인 국민연금 기금의 관리·운영계획을 결정하는 기구. 복지부 산하 기구이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의 지시·관리를 받지 않는 별도 기구로 독립시킨 뒤 민간 전문가 7명 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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