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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영국 의원 한국 출장비는 ‘0’

이상언
런던 특파원
영국 국회의원들이 한국·중국의 예산 심사 시스템을 배우려고 아시아로 출장간다면 영국 의회에서 얼마까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0원이다. 영국 의원들은 유럽연합(EU) 지역까지는 한 해에 최대 3회까지 해외 출장비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사유는 EU 관련 업무로 제한돼 있다. 항공기·열차는 이코노미석이 기준이다. 네 번째부터는 자비 또는 초청자 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 외 미국·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지역은 아예 지원이 없다. 영국 의회의 지출을 감독하는 ‘독립의회기준청(IPSA)’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믿어지지 않아 담당자에게 캐물었더니 별 이상한 질문을 해댄다는 투로 대꾸했다.



 -의원외교 차원에서 EU 밖의 먼 나라에 갈 필요도 있는 것 아닌가.



 “외교를 왜 의원들이 하나. 지역구 및 의정활동하기에도 바쁠 텐데.”



 -법안을 만들기 위해 이미 비슷한 법이 있는 외국에 가볼 필요도 있지 않은가.



 “필요하면 정부의 해당 부처에 관련 자료 수집을 요청하면 된다.”



 곰곰 생각해 보니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다. 유럽 생활 3년, 그동안 숱하게 의원 외교나 입법 사례 조사 등을 이유로 출장 온 의원들을 봐왔다. 파리와 런던에서 국정감사만 세 번을 참관했다. 솔직히 말해 ‘국민 세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출장은 한 건도 없었다. ‘이 정도면 꽤 열심히 일하다 갔다’는 느낌을 받은 건 두 차례 정도다. 지난해 탈북자 북송 문제를 유엔에 제기하기 위해 스위스에 왔던 의원단과 정신건강 관련 법 연구를 위해 최근에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간 신의진(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의 의원(네 명이나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은 있다)이다. 해외 공관 국정감사장에서 봤던 약 20명의 의원 중에서도 ‘준비를 열심히 해왔구나’라고 느꼈던 대상은 별로 없다. 대부분이 공무원을 앞에 앉혀 놓고 덕담이나 뻔한 훈계만 늘어놓는 부류에 속했다. 기대했던 해외파·소장파 의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런던이나 파리에 오는 의원의 수는 경유 목적까지 포함해 한 해에 100명이 넘는다. 프랑스 대사관의 한 직원은 의원들 영접과 배웅으로 1년에 80회 이상 공항에 다녀왔다고 했다. 도대체 이 많은 세금의 소비로 우리 국민이 무엇을 얼마나 얻었을까.



 유람이 목적이라고 의심받는 출장이 많다. 의원들은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항변한다. 이런 억울함을 방지할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국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의원들의 해외 출장의 일정과 비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다. ‘업무추진비’ 식의 모호한 항목을 만들지 말고 세밀하게 사용처를 기록해야 의원들이 낯선 땅에서 얼마나 고되게 국민을 위해 일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국회 사무처에 물어보니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전적으로 의원님들의 결심에 달린 문제”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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